외삼촌! 팔순을 축하드립니다.
조은미.
오늘 한 분 밖에 안 계시는 외삼촌 팔순 생신이시라 오랜만에 조촐하게 직계가족과 중학교 때 서울 와서 학교 다니면서 외삼촌댁에서 신세를 진터라 늘 부모님 맞잡이로 생각하고 있는 외삼촌이 벌써 팔십이시라니 감회가 새롭다.
참 세월은 빨리도 흘러간다.
허기야 단발머리 중학생이던 나도 육십을 넘었으니 외삼촌 연세 드시는 건 당연한데도 아니 벌써 싶어진다.
외삼촌께서도 돌아본 당신의 인생에 감회가 깊으셔서인지 모두 축하해주는 자리가 감격스러워서인지 눈물이 글썽글썽하신다.
두 분을 바라보며 참 아름답게 사셨던 두 분의 모습이 감동스러워 코끝이 찡해진다.
외할아버지 할머니 살아계셨을 때 끔찍이 두 분을 공경해 모시고 형제들 간에도 어쩜 저렇게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우애 있게 두루 사랑을 베푸시며 사셨던 두 분!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음에는 제일 맏이인 친정어머니인 누님한테 그렇게 정성을 생신 때 마다 딸인 나를 제쳐두고 꼭 음식 손수 장만해 싸들고 오셔서 형제들 불러 모아 생신 상 차려드리고 김장 때는 어김없이 김장해서 나르고 외갓집 식구들의 우애는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모들도 부모님 대신이라며 부모님 돌아가신 뒤로는 언니한테 늘 용돈들을 때마다 챙겨드리고 양념이며 밑반찬도 수시로 챙겨서 택배로 보내오고 가을이면 농사지은 친정아버지께서 디스크로 몇 번 입원하셨을 때도 형제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갹출하여 병원비를 부담하고 무남독녀 외딸이라 혼자 맡아서 해야 하는 친정 큰 일 때마다 외갓집 식구들의 정성과 고마움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서로 집이라도 오고 갈 때면 늘 차비를 챙겨주시며 받으라느니 절대로 못 받겠다느니 싸움 싸움 하며 몇 번을 돈이 오고간 후에야 간신히 헤어지는 진풍경이 늘상 벌어진다. 젊었을 때 친정어머니도 동생들한테 끔찍하게 하시기도 했지만 외가댁 식구들을 보면 정말 요즈음 세태로는 설명이 안 되는 국보급 원시인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가까운 친지들 치고 시골에서 서울 유학 와 다니던 사람들 중에 외숙모가 해주는 밥을 안 먹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는 것 같다. 없는 살림에도 어쩜 그렇게 군식구들을 잘 거두시는지 ! 당신 아이들만 해도 5남매나 되는데 시부모님 모셔가며 늘 군식구가 떠나지 않던 외삼촌댁!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헌신이고 나 같으면 도저히 흉내도 못 낼 일이다.
부모님이 돈이 많아 유산을 많이 남겨주어야만 훌륭하실까? 경제적으로 그렇게 풍족치는 못해도 생활 가운데 꽃보다 더 아름답게 사신 두 분의 모습이 자식들에게는 얼마나 그걸 보고 자라서 그런지 외사촌이나 이종 사촌들 까지도 모두 어른들 대하는 것이 깍듯하다.
아무도 교회 나가지 않는 불모지에서 결혼 후 제일 먼저 믿음 생활을 시작 하신 외숙모!
늘 생활 가운데 그리스도를 실천하시며 사셨던 덕분에 주변의 친지들이 모두 복음 가운데 살 수 있도록 헌신하셨던 그 분을 뵈면 초등학교 학력밖에 안 갖추셨지만 정말 귀하고 소중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를 보여주신 두 분! 조촐하게 마련한 축하연이었지만 출가한 4남매와 아직 미혼인 막내딸, 손주 손녀들까지 두 나무에서 뻗어나간 가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심으로 축하해드리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가슴 뭉클하고 따듯한 감동이 넘치는 자리였다. 화려하고 성대한 잔치라서가 아니라 서로 진솔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는 가는 모습이 가정이란 이렇게 따뜻하고 행복한 곳이구나 싶어 참석한 모두에게 잔잔한 평화와 감사와 감동이 넘치는 아름다운 자리였다
외삼촌! 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 분주하단 핑계로 제대로 찾아뵙지도 못해서 두 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늘 자랑스럽습니다. 팔순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요.
2012년 12월 15일 외삼촌 팔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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