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행복
조은미
날씨가 제법 맵다.
그래도 늘 만나면 제일 편한 벗들과의 모임 약속은 아침부터 기다림으로 설렌다.
오늘은 연말 모임이라 다른 때보다 호사를 부려 좀 비싼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눈이 와 미끄러워 등산도 못가고 남아있는 남편을 두고 혼자만 맛있는 것 먹으러 가기가 왠지 미안하고 걸린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돼지고기 굵직하게 썰어 넣고 김치찌개 흐물흐물하게 한 냄비 끓여 레인지에 올려놓고 점심 단도리를 하고 집을 나선다.
아들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부모로 만나 기쁜 일이나 궂은 일이나 함께 하며 그래도 마음 놓고 새끼 흉보고 자랑해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걱정해주고 한 꺼풀 뒤집어쓰지 않고 서로 진솔하게 마음을 알아주고 이야기가 통하는 벗들이 가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일런지!
고속 터미널 근처의 제법 큰 씨후드 레스토랑! 큰 마음먹지 않고 점심 한 끼 먹기는 조금부담스러운 가격인데도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이 붐빈다.
오랜만에 우아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앞에 놓고 그동안 밀린 수다에 깔깔거리고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즐겁고 행복하며 곳곳에 웃음꽃이 한창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써빙하는 종업원들 몇 빼고는 남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고 갑자기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다 땅으로 꺼진 것 같은 묘한 착각마저 든다.
정말 언제부터 이 땅의 여자들의 삶이 이토록 윤택하고 폼 나고 편해진 걸까?
남자들은 죽겠다고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한 끼 점심 값도 아끼려 매일 점심시간에는 좀 더 싸고 맛있는 집이 없나 늘 주머니 만지작거리며 점점 가정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자꾸 왜소해지는 남자들에 대한 연민이 스친다.
그래도 모두들 그 남편들 덕에 이렇게들 호사를 누리고 있을 텐데....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남자부터 만드시고 남자를 여자의 머리가 되게 하시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며 살라고 하신 것이 창조의 원리인데 그 창조의 원리를 거스를 때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모든 부조화가 결국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허기야 호기 부리며 술 한 잔 들어가면 술집 여자 엉덩이나 만지며 엄한데다 헛돈 쓰고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아내를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못난 남편들도 많으니 모처럼의 자유와 호사에 그렇게 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