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함께 하는 행복

조은미시인 2012. 12. 7. 07:46


        함께 하는 행복 조은미 날씨가 제법 맵다. 그래도 늘 만나면 제일 편한 벗들과의 모임 약속은 아침부터 기다림으로 설렌다. 오늘은 연말 모임이라 다른 때보다 호사를 부려 좀 비싼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눈이 와 미끄러워 등산도 못가고 남아있는 남편을 두고 혼자만 맛있는 것 먹으러 가기가
        왠지 미안하고 걸린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돼지고기 굵직하게 썰어 넣고 김치찌개 흐물흐물하게
        냄비 끓여 레인지에 올려놓고 점심 단도리를 하고 집을 나선다.
        참 오래된 벗들이다.
        아들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부모로 만나 기쁜 일이나 궂은 일이나 함께 하며
        그래도 마음 놓고 새끼 흉보고 자랑해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걱정해주고
        축하해주는 마음 편하고 고마운 벗들!
        한 꺼풀 뒤집어쓰지 않고 서로 진솔하게 마음을 알아주고 이야기가 통하는 벗들이
        가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일런지!
        고속 터미널 근처의 제법 큰 씨후드 레스토랑!
        큰 마음먹지 않고 점심 한 끼 먹기는 조금부담스러운 가격인데도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사람들로 앉을 자리가 없이 붐빈다. 오랜만에 우아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앞에 놓고 그동안 밀린 수다에 깔깔거리고
        즐거운 시간이다.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즐겁고 행복하며 곳곳에 웃음꽃이 한창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써빙하는 종업원들 몇 빼고는 남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고
        온통 여인 천하다.
        갑자기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다 땅으로 꺼진 것 같은 묘한 착각마저 든다. 정말 언제부터 이 땅의 여자들의 삶이 이토록 윤택하고 폼 나고 편해진 걸까? 남자들은 죽겠다고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한 끼 점심 값도 아끼려 매일
        점심시간에는 좀 더 싸고 맛있는 집이 없나 늘 주머니 만지작거리며
        쪼그라들어 가는데....!
        점점 가정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자꾸 왜소해지는 남자들에 대한 연민이 스친다. 그래도 모두들 그 남편들 덕에 이렇게들 호사를 누리고 있을 텐데.... 하나님이 사람을 만드실 때 남자부터 만드시고 남자를 여자의 머리가 되게 하시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며 살라고 하신 것이 창조의 원리인데 그 창조의 원리를
        거스를 때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하나님과 인간이의
        모든 부조화가 결국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허기야 호기 부리며 술 한 잔 들어가면 술집 여자 엉덩이나 만지며 엄한데다
        헛돈 쓰고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아내를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못난 남편들도
        많으니 모처럼의 자유와 호사에 그렇게 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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