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행복
조은미
날씨가 꾸물꾸물 하니 비라도 올 것 같다
등산 좋아하는 남편이 등산을 포기하고 대공원이나 걷잔다.
바깥바람이 조금은 찼다.
빨간 파커 꺼내 입고 목도리 두르고 장갑까지 챙겨 무장 하고 따라 나선다
오랜만에 함께 하는 산보길!
추워서 그런지 늘 활기 있고 북적대던 대공원도 활기가 죽었다
간혹 몇 사람 운동하는 사람들이 허허로움을 채운다.
오랜만에 같이 나선 산보길이지만 운동하러 나온 남편 배려해 먼저 두어 바퀴 돌고 이따 만나자 약속 하고 다리 부실한 나는 세월아 네월아 마냥 혼자 호젓한 길로 접어든다.
온통 이불처럼 쌓인 낙엽! 어느새 나무들이 그 화려했던 가을 옷들을 다 벗었다.
온통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보이지 만은 않는 건 그렇게 숨어서 감싸주는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따라오는 정겨움!
빈 가슴 채워주는 행복함! 너무 행복해 콧노래 저절로 나온다.
“오늘 같은 날은 나도 모르게 ……” 낙엽을 밟으며 추억은 어느새 먼 옛날 첫사랑을 떠올리며 촉촉한 가슴이 된다.
발 길 닿는 대로 접어든 오솔길! 아직 떨어지지 않고 매달린 빛바랜 단풍잎도 우수를 담고 있다. 회오리 골바람이 한번 스치니 마지막 안간힘으로 버티던 낙엽이 꽃비 되어 떨어진다. 해학을 담고 혀 내밀고 씽긋 웃는 장승 길을 돌아 호젓한 오솔길 끝닿은 곳 훤하게 트인 축구장 가는 길!저만큼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낯익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남편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엄청 오랜만에 떨어져있다 만나는 우연한 해후처럼 얼마나 반가운지!
어디서 만나자는 전화도 없이 그렇게 거기서 만나니 살짝 콧등이 시큰하고 눈물이 난다.
내가 사랑해야하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잠간 동안 헛된 망상이 얼마나 미안하고 죄스러운지...!
팔짱끼고 돌아오는 길! 꾸물대던 하늘이 드디어 터졌다. 제법 비가 촉촉이 내린다.
작은 우산 같이 받쳐 쓰고 내가 젖을까 내 쪽으로 더 기울여주는 서리서리 김 오르는 칼국수 한 그릇 씩 앞에 놓고 후후 불어가며 포근히 나무를 감싸주던 낙엽처럼 은근하고 푸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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