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뜨락 / 조 은 미
장마 걷히고 불볕 들어찬 날에
고향 길 찾아 나선 걸음
사랑방 툇마루에서 봉숭아 꽃 물들이며
울 안 장독대 뒤켠 숨바꼭질 놀이하던
추억이 먼저 달음질친다
폐허 된 집터 위에
이방인이 되어 선다
초록 콩잎 무성한 앞마당 옥수수 밭에
사각 거리는 실바람 소리만
귓불을 돌아온다
낯선 고향의 여름밤
와르르 쏟아질 것 같던
그 별들을 다 밀어내고
온통 벌거벗은 빈 마음의 뜨락에
새벽 어스름 깨우는
청승맞게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가슴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