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짓밟힌 소녀의 꿈

조은미시인 2015. 11. 9. 20:55

 

 

짓밟힌 소녀의 꿈 / 조 은 미

 

땅 한 떼기 없는 부모님 밑에서 8남매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지요.

비단 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친구들과  트럭에 올랐지요.

그때 내 나이 열여섯.

처음 타본 기차!

내 또래 아이들을 가득 싣고 달려간 곳은 눈 설고 낯 설은 머나먼 중국 땅!

비단공장은 보이지 않고 땀에 전 일본군 병사들이 수도 없이 늘어서서 나를 짓밟았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도 한 놈이 채 일어서기도 전에 뒤미처 한 놈이 달려들고

어떤 날은 8명이 한꺼번에 달려들기도 했지요.

견디다 못해 이빨로 물어뜯고 결사적으로 반항하면 고문을 당하기도 여러 차례.

지옥 같은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어 성병이라도 걸리기를 간절히 바랐던 날들!

너무나 무섭고 치욕스러워서 수도 없이 죽고 싶었습니다.

밤이면 부모님 생각에 잠 못 이루고 피를 토하며 울었습니다.

서럽고 원통하구나.

일본놈들에게 빼앗긴 내 꿈 !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들은 내 청춘.

법적 책임과 사과 한마디 없는 죽일 놈들 !

백발이 뒤덮어 몸은 어느새 노인이 되었건만 가슴에 타는 분노는 어제인 듯 생생하구나.

죽는다고 잊혀질까?

죽어서도 네 놈들 사과 한마디 못 받으면 눈인들 감아질까 !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사과 한 마디 못한단 말인가?

 

조은미 시인 짓밟힌 소녀의 꿈.mp3

조은미 시인 소녕의 꿈.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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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미 시인 짓밟힌 소녀의 꿈.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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