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착각 (비화옥을 보내며)

조은미시인 2016. 10. 9. 06:07

 

착각 (비화옥울 보내며)

조 은 미

거실에 올망졸망 들어찬 화분이 어느새 50여개 가까이 늘었다.

지인들이 집들이 선물로 들고 오기도하고 울적한 날이나 기분 좋은 날 한두개씩 사들고 온 것들이 제법 한자리 차지해서 식구로 살아가며 정을 나눈지도 1년 반은 되어 가는 것 같다.

통통한 몸매에 가시를 달고 빨간 꽃대를 밀어올리며 감동을 주던 다육이 비화옥도

1년 넘게 그 모습으로 살아있어 안에서 그렇게 썪어 들어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오늘 아침 겉에 상처난 부위가 찌그러 말라붙어 제 몸이 되어있는 모습이 신통하여

처음으로 가시 난 몸에 손을 대보니 그냥 한순간에 어이없이 뭉클하게 무너져 내린다.

순간 충격이 전율처럼 스친다.

1년을 넘게 늘 곁에 있어서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내가 사랑해하고 말할 때 조차도 그 울림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공허하게 느껴졌을까 싶어 내 위주의 일방적인 사랑에 미안하고 무심함에 어이가 없어진다.

늘 사랑한다고 수도 없이 말은 하면서도 무던히도 참고 참다 결국 속이 곯아 문드러질 때 까지도 그 아픈 속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내가 널 사랑했다고 말 할 자격이나 있는건지!

비화옥! 오늘 네가 내 곁을 떠남을 애닲아 하며 상대방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이 때로는 폭력이 될수도 있음을 새긴다.

사랑이란 상대방 눈높이에서 이해해주고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모습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배려와 따뜻한 소통이 아닐까?

그래서 함께 웃고 웃을 수 있는 행복!

미안하다 비화옥! 무심했음을 용서해다오.

잘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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