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한 러 일 크루즈 여행 소묘

조은미시인 2017. 5. 6. 23:42

 

 

 

 

 

 

 

 

 

 

 

 

 

 

 

 

 

 

한 러 일 크르즈 여행 소묘

조 은 미

 

한 러 일 크루즈 첫 날

여행을 떠난다는 건 단어가 가져다 주는 의미에서부터 어떤 낭만과 기대감과 자유가 느껴져 설레인다.

늘 숨가쁘게 점 찍고 짐 꾸리는 해외여행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는 크루즈를 떠나 보고 싶어 몇달 전부터 우리 나라 최초로 속초에서 출항하여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본 가나자와 사카이미나토를 거쳐 속초로 기항하는 5박6일 롯데관광의 한러일 크루즈를 예약해놓았다.

5월1일 드디어 떠나는 첫날!

날씨는 봄 날이지만 선상 위 바닷바람이 찰 것을 고려해 옷가지를 좀 더 따뜻한 것으로 준비하고 선상 디너 파티를 위해서 화려한 드레스 정장과 구두까지 따로 챙겨넣는다. 며칠 전 부터 짐을 꾸렸다 풀었다 하며 기다리던 날 새벽 같이 일어나 서두른다.

속초까지 가는 버스 편을 타기 위해 잠실 야구장 앞 미팅 장소로 향한다.

한국에서 첫 출항하는 크루즈이기도 하지만 2000여명이 함께 떠나는 롯데여행사의 대형 첫 기획 상품이라 좀 기대가 되기도 한다.

2시간30여분 버스를 달려 드디어 속초 항에 도착하니 아파트 만큼이나 거대한 75000톤급 이태리 국적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위용도 당당하게 우리를 맞는다.

수속을 마치고 승무원이 도열해서 환영해주는 길을 따라 승선 기념으로 사진을 찍은 후 웰컴 쥬스 한 잔씩을 받아들고 드디어 배에 오른다.

숙소를 찾아 8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한참을 통로를 따라 걸어가며 배의 규모에 새삼 놀란다.

숙소 문을 여니 twin bed가 잘 정돈된 겍실에 모란이 그려진 액자가 반갑게 맞는다. 욕실,TV까지 갖춰진 두 사람이 쓰기에 그렇게 옹색하지 않은 공간에 대체로 만족하며 짐을 정리해 놓고 11층 바다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스카이 레스토랑에서 뷔페로 선내 첫 점심을 즐긴다.

바람마저 잔잔한 바다에 내려꽂히는 금빛 햇살

비취보다 더 맑은 바다에 퍼득이는 윤슬 사이 유유히 떠 있는 시간을 흘려보내며 말할 수 없는 행복과 낭만에 젖는다.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하고 선내에서 발급해주는 코스타 카드로 모든 결재가 통용되며 현금은 취급되지 않는단다.

매일매일 발행되는 선상 신문에는 그날그날의 이벤트들이 공지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택하여 즐길 수 있다.

식사를 위해서는 정찬 레스토랑이 2곳 뷔페레스토랑이 2곳 운영되고 피자 레스토랑은 밤 늦게 까지 열고 있어 음식을 맘껏 원하는 때 먹을 수 있고 오붓한 식사를 위해서는 유료로 운영되는 이태리안 레스토랑도 이용할 수 있다.

스파, 마사지, 수영장, 테니스 코트, 카지노, 사진관, 노래방, 바, 대형 극장, 게임룸, 도서실등 다양한 오락 시설과 체조, 춤 레슨, 게임, 유익한 세미나, 쇼등 여흥을 위한 프로그램을 입맛따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 되어 있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고 쇼핑을 위한 면세점 거기다 기항지 마다 둘러 보는 쏠쏠한 관광 재미 까지 모든 엔테테인먼트를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누릴 수 있어 편안하고 여유있게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쉴수 있는 그야말로 휴식과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있는 여행인 것 같다.

다만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식사시간에는 무슨 돛대기 시장을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 연출되 가끔 환상이 깨어지기도 하지만 친절한 승무원들의 태도에 다소간의 불만이 누그러진다.

무엇보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자유함과 넓은 망망대해에서 느끼는 한가로움이 어지간한 불만과 불편함은 통과할만큼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한 러 일 크루즈 항해 2일째

첫 기항지인 블리디보스톡에 정박한다. 워낙 많은 인원이라 하선하는 절차에 2시간 이상이 소요되 불평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타고 한국어를 쓰는 러시아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1차대전 유공자 기념비, 혁명광장.해변공원, 금각교, 독수리 전망대. 러시아 정교회 등 기항지 근처 중요한 관광지를 둘러보며 러시아의 거리와 공기를 호흡한다.

블라디보스톡은 연해주의 관문으로 특히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상처와 관련이 깊은 곳이서 더 안상적이다.인구의 30퍼센트 이상을 점하던 한인들이 숫적으로 우세해지는 것을 두려워해 콜레라가 창궐하자 정책적으로 더 변방으로 이주시켰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픔이 세삼 가슴을 친다. 조국이 든든히 서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어깨를 펼 일일런지!

전체적으로 스치는 느낌이 뭔가 건조하고 메마른 느낌이 드는 건 비단 사회주의 국가의 선입관 때문만은 아니리라.

 

한 러 일 크루즈 항해 3일째

하루 종일 선상에 머물며 한가로움 안에 머문다.

끝없이 넓은 바다 잔잔한 물결, 맛있는 먹을거리, 환한 햇살 도무지 더 부러울 것이 없는 힐링의 시간을 누린다.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너무 핸썸한 루마니아 강사의 신나는 스트레칭 체조교실과 살사 레슨에 참여하여 오랜만에 몸을 풀고 저녁에는 저마다 성장을 차려입고 선장이 주최하는 칵테일 파티에 초대되어 환상적인 쇼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음악이 흐르는 갑판에서 상쾌한 밤바람을 맞으며 누군가 그리워지는 낭만에 젖으며 따스함과 아련함으로 또 하루를 접는다.

 

한 러 일 크루즈 항해 4일째

일본 가나자와에 정박하여 아침 일찍부터 관광에 나서기 위해 하선 준비를 서두른다.

어디를 둘러보나 단아하고 정갈한 거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운전석이 우리와 반대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어 타고 내리는데 조금 낯 설기도 하다.

이 시기 일본의 황금연휴와 겹쳐 내국인 관광객이 많은 탓에 관광지 마다 사람으로 홍수를 이룬다

옛 게이샤 거리인 히가시차야 유곽거리를 둘러보며 전통적인 일본의 문화를 느껴본다.

브께야시키의 사무라이 저택있는 아담한 길은

한쪽으로 개천의 맑은 물이 도도하게 흐르고

오밀조밀 전통가옥이 들어찬 길은 우리나라 북촌을 연상시킨다.

오미쬬 어시장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싱싱한 해산물과 전통적인 초밥 집이 늘어서 있다.

어디고 시장은 서민들의 숨결과 살아있는 활기가 느껴진다.

더워지는 날씨에 날생선이 혹 배탈이나 나지 않을까 염려되어

일본의 전통 전병인 후꾸사 전문점에 들려 따뜻한 차 한잔과 더불어 요기를 한다.

마지막으로 들른 일본 전통 정원인 겐로꾸엔 을 둘러본다.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정적이고 여백이 많은 우리 나라 정원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선상에 돌아와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는다.건포도를 안에 박은 돼지고기 바베큐가 먹음직스럽게 돌아가고 있다.

여러날 기름진 음식 탓인지 상큼한 백침치에 고추장이 제일 땡기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임을 실감한다.

저녁에는 빅토리아 쇼단의 품격 높은 버라이어티 쇼를 감상하며 감동에 젖는다.

뒤미처 선상 임원들과 함께 즐기는 댄스파티와 가면 무도회가 이어진다.

난생 처음 외국인과 음악에 맞춰 스탭을 밟아본다.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크루즈 여행은 특히 본인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이 배되기고 하고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승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코스타의 노력과 승무원들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내일은 마지막 기항지 사까이미나토에 정박한다.

어느새 지루할 사이 없이 여행도 하루를 남겨놓고 있다.

 

한 러 일 크루즈 항해 5일째

도토리 현에 속해 있는 사까이미나토는 무우같이 생겼다고 일명 다이꽁 섬이라고도 불리며 인구 35000명정도의 자그마한 항구도시로 주로 어업과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녹색 환경도시이다.

참치, 게가 특별히 맛있고 도토리현 사구가 유명하며 강원도와 자매결연을 맺어 우리나라하고는 인연이 깊은 도시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올레길을 모방한 산책코스도 개발하여 자연을 이용한 관광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조성 하여 전국 제일의 모란 산지로 명성을 떨치는 유시엔 정원의 환상적인 슈퍼모란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적기에 그 황홀함을 볼수 있어 참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며 43m 높이의 유에미나 타워를 둘러본다. 맑은 날은 동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버스로 한 40여분 달려서 400여년전 1611년 호리오 요시하루가 축성했다는 일본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에도 시대의 오동나무로 축조한 지상5층 지하 1층의 6층 목조 건물인 미쓰에 성을 방문한다.

돌로 튼튼히 쌓은 높은 성곽이 그대로 보존 되어있고 해자를 둘러 또 성벽을 쌓는 이중 구조로 되어있는 전형적인 일본의 고성으로 각 층마다 전시되어 있는 유물은 그 당시 영주들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게한다.

마지막 정찬 파티에는 성장을 하고 메인 디쉬로 랍스타를 즐긴다.

가수 이상우씨가 열창하는 무대에서 인간미 흐르는 구수한 토크와 함께 승객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어우러진다.

내일 하선을 위해 짐을 꾸리고 아쉬운 마지막 밤을 보낸다.

비가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파도가 높은지 침대가 심하게 흔들린다.

그동안 날씨가 너무 좋아 배가 흔들리는 걸 몰렀는데 배멀미를 느낄 정도로 어지럽다

여행이 좋다해도 집 떠난지 일주일쯤 되면 집이 그립고 체력도 바닥이 난다.

오전 7시까지 다음 팀을 위해 방을 비워주어야해서 부지런히 서두른다.

8시 속초항에 접안하고서도 12시나 가까이 되어서야 속초터미널에 도착하여 서울행 버스를 탄다.

며칠 안되는 동안인데도 내 나라 땅을 밟으니 반갑고 공기부터가 편안하다.

처음 크루즈 여행을 돌아보며 소회에 젖는다.

2천명이 넘는 승객의 매끼 먹을 거리를 제공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들의 수고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승객의 즐거움을 위해서 최선를 다하는 에니메이션 팀들에게도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저녁에 크루즈 종사자들이 꾸미는 무대

I HAVE A DREAM 공연을 통해 고단한 가운데서도 고객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진솔한 감동이 느껴져 이번 대형 기획에 다소 흡족하지 못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해하는 마음이 되니 벌써 즐거웠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속초 크루즈 터미널 시스템 미비로 하선 할 때 지치도록 기다려야 하는 것이 불만스럽고 영화에서 보듯 유럽의 대형 크루즈 만큼 화려하고환상적이지는 않았지만 가격 대비 그런대로 만족할만 하고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쿠르즈 여행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되는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가지 않울까 싶기도 하다.

한번 쯤은 권해보고 싶은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