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분수를 지키며 산다는 것

조은미시인 2017. 4. 19. 15:39

 

 

 

 

 

 

분수를 자키며 산다는 것

조 은 미

 

들판에 가지각색 들꽃들 잔치가 한창이다. 꽃다지, 제비꽃, 애기똥풀, 냉이, 민들레, 금낭화까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름마저 정겨운 꽃들이 어젯밤 비로 말끔이 얼굴을 세수한 덕인지 더 정갈하고 청초하게 웃고 있다.

같은 얼굴들인데 있는 장소에 따라 사랑스러움은 어찌 이리 천양지차인지!

어제 오랜만에 찾아온 시골집 마당 잔디밭에 제멋대로 자란 들꽃을 사정없이 뽑아 던지며 천덕꾸러기로 매몰차게 내몰았는데 오늘 아침 마을 산책길 들판에서 만난 같은 얼굴들엔 사랑스런 눈길로 머문다.

있어야할 곳 분수 모르고 아무데나 끼어들어 나대면 사람도 그러리라.

그 겨울 견디고 살아온 인내가 대견스러워 보고 또 본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오래보니 사랑스럽고 자세히 보니 더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