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홍수
조 은 미
오랜만에 허물없는 초등학교 동창들과 회포를 풀며 맛나게 점심을 먹고 마침 인천에서 온 벗의 차에 동승하여 고맙게도 너무 편하게 검단 요양원에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뵌다.
어휘도 잊으셔서 대화도 못하하시고 딸도 몰라 보시는 엄마는 콧줄로 연명하시는지 근 1년이 되어가지만 거의 매일이다 싶이 오셔서 돌봐주시는 이모 덕에 욕창 하나 안생기고 아직은 건재하시다. 천사같은 천진한 모습은 늘 애잔하게 가슴을 저린다.
본인도 70줄이 넘으셔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연세인데 지극한 동기애로 그렇듯 지성으로 보살펴주시는 이모님을 생각하면 성인이 환생해서 돌아온 듯 자식인 나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음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잉꼬 같이 엄마 곁을 지키시는 아버지도 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요즘 쉽게 피로하시다는 아버지께 홍삼환을 전해드리고 강화 사는 여고 동창을 만나기 위해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급히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따로 약속이 없어도 전화만 하면 반갑게 달려 나와 줄수 있는 벗이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이고 감사한 일일런지!
늦은 오후 파주 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며 묵은 속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서로의 가슴에 잔잔한 행복의 파문이 인다.
참 따스한 편안함!
나물이 맛있는 보리밥집에서 정말 맛나게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후두둑 비가 돋더니 제법 세차게 내린다.
가뭄 끝에 단비!
어제 사골집에 화초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놓고 기다리던 터라 더 반갑고 감사한 비다.
빗속을 달리며 그 시절 열심히 불렀던 가고파, 수선화를 같이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달콤한 추억에 젖는다.
사랑의 단비에 흠뻑 젖어 돌아오는 가슴에 물기가 돈다.
현관을 들어서 계단을 올라서는데 문앞에 큰 택배 꾸러미가 나를 맞는다.
멀리 지방 사는 몸도 불편한 친구가 정성으로 보낸 모시송편!
가슴 한켠 찡한 전율이 스친다.
사랑하며 산다는 것, 사랑받으며 산다는 것
참으로 감동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사랑의 홍수 속에 빠진 오늘!
한자락 베어들던 외로움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살아있음에 감사가 봇물처럼 흐른다.
하나님!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거예요?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마운 Sns 벗님들께 (0) | 2017.05.25 |
---|---|
커피 한잔의 여유 (0) | 2017.05.24 |
우선 멈춤의 여유 (0) | 2017.05.21 |
한 러 일 크루즈 여행 소묘 (0) | 2017.05.06 |
분수를 지키며 산다는 것 (0) | 2017.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