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에게 고함
조 은 미
작년 한해 그리 웬수같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고 싸우다 때 되니 기운이 스러져 기척 없고 잠잠하길래 허리 좀 펴나 했더니 금수저 잔디님 아직 기침도 않하셨는데
어쩌자고 봄 되니 그새 남의 집 안방을 불청객이 제 집인양 낼름 먼저 자리 꾀차고 앉았는지!
세상이 바뀌었다고 근본 까지야 바뀔까?
노는 물이 다르지 않는가베
금수저는 금수저끼리 흙수저는 흙수저 끼리 놀아야 마음 편한겨.
허기사 같은 처지라도 돈 쳐 바른건 경우가 다르지
뭐라드라 이름도 잊었지만 야생화 돈주고 사다 심은건 올봄에 새로 싹이 났는지 우정 살펴보며 기다리고 있구먼.
신분이 거시기하면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게 세상 이치 아닌가베.
그러니 분수를 지켜 삼가 조심할 일이지.
임자없는 들판에 한겨울 이겨내고 올망졸망 얼굴 내밀었어봐 얼마나 귀하게 대접받고 사랑을 받겠는지.
더군더나 잔디 아니면 모두 풀인줄 아는 흑백논리 꼴통한테 걸려들면 할일 없이 죽은 목숨인겨.
오늘 당했으니 알꺼 아녀
내 그래도 인정 많아 둔덕 한 귀퉁이 내어줄테니 제발 넘보지 못할 금수저 잔디밭엔 얼씬일랑 하지말고 같은 처지 이웃끼리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내보소.
분수 모르고 날뛰다간 오늘 처럼 호미같은 재래식 무기말고 씨까지 말리는 생화학무기의 무서운 맛을 보게 될테니
내 오늘 자네랑 싸우다 허리병 나서 공연히 내뱉는 엄포 아니니 내 말 명심하고 제발 제 자리만 지키기요.
신의 없는 자네한테 이런 말이 가당키나 할까만은 그래도 대접해서 하는 소리니 사람 염장 고만 지르고 자네도 분수껏 살기요. 올해는 한번 잘 지내보세나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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