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 각시
조 은 미
날씨도 청명한 날 마음 나누는 지인들을 모시고 시골집을 향해 달린다.싱그럼 둑둑 돋는 상추 한아름 뜯어 소박한 식탁을 차리고 장작 숯불에 부드러운 목살을 정겨움과 함께 굽는다.
시원한 맥주 한잔에 시름이 날아간다.
허물 없는 담소에 점도록 까르륵 거리며 마음은 어느새 소녀가 된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풍성하게 뜯은 상추를 이웃과 나눈다.
마주 보는 카페의 주인장과도 허물없는 이웃이 되어 상추를 나누는 정에 정성스런 커피 한잔의 넘치는 사랑을 돌려받는다.
무심코 지나치다 누군가 집앞 작은 화단의 회양목을 예쁘게 다듬어 놓은 흔적을 발견하고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 이웃의 사랑의 손길에 궁금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렁 각시가 다녀간 듯 말끔히 이발을 한 회양목이 한껏 뽐내며 서있다.
아아 고마운 이웃들!
그러고 보니 몇달전 선생님 회양목 우리집 화단 정리할 때 같이 한번 잘라드릴께요
하며 지나는 말로 하시던 부동산 사장님 얼굴이 스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장님 손길인 것 같다.
사랑를 나누며 산다는 건 이렇게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살맛나게 한다.
내일은 시원한 주스라도 한통 사들고 깍듯하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
따스함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