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브레이크 점검

조은미시인 2017. 5. 26. 05:57

 

브레이크 점검

조 은 미

 

오늘도 2건의 일정.

일전에 멀리 사는 벗이 보내준 사랑의 모시송편을 같이 나눌 요량으로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송편을 꺼내 가스불을 올리고 말랑하게 쪄낸다.

서둘러 팩에 담아 급하게 나선다.

마을버스를 타고 군자역에 도착하여 승차표를 텃치하는 순간 !

가스불 생각이 섬광처럼 스친다.

켠 기억은 분명한데 도무지 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껏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은 아무래도 불안하다.

우선순위에 갈등하며 출구를 되돌아 나와 택시를 타고 급히 집을 향한다.

잠깐 기다려달라 이르고 숨이 턱에 닿게 올라가보니 가스불은 꺼져있는 채 아무 이상이 없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하며 내려오는 내 모습이 황당하여 한참 실소한다.

어느새 이런 혼돈이 일상이 되어 버렸는지

내 기억에 스스로 신뢰를 접은지 오래다.

아직은 아니다 싶은데 계단을 내려갈 때 주춤거려지는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고 아침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줌의 약울 털어넣을 때 마다 좀은 서글퍼진다.

그래서 점점 남은시간들이 소중하게 여겨지고 나를 만나는 인연들에 더 살뜰한 사랑을 나누고 싶어진다.

정신을 집중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나를 혹사하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말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건 아닌지!

아직도 배우는 일에 너무 욕심을 내고 바쁘게 뛰어다니다 중요한 걸 놓치는 건 아닌지 잠시 브레이크 점검하며 돌아봐야할 때인 것 같다.

조금 더 천천히 한발 물러서서 나를 바라보고 즐기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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