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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기의 변신

부스러기의 변신 조 은 미 며칠 장마 끝에 해가 반짝 난다.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햇빛의 존재가 잠깐 자리를 비운 부재로 인해 더 없이 소중하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뽀송한 아침 햇살에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거풍 시키려 뜨락에 내려선다. 뺨에 닿는 바람이 상큼하다.신선한 아침 공기가 마음을 쇄락하게 한다. 며칠 전 가지치기한 정원의 나무들도 더 생기롭고 넉넉해보인다. 뜨거워지기 전 한 시간여 파크 골프 연습으로 땀을 흘리고 나니 시장기가 든다. 뭔가 입맛을 사로잡을 특별한 음식이 없을까?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다 놓친 야채들이 손을 기다린다. 엊그제 지인이 손수 농사지어 보내준 햇감자도 찡긋 윙크를 보낸다. 솥뚜껑 운전수 몇 십년인데 재료만 있으면 뭔들 못해볼까? 한 번도 안해본 레시피에 창의적으로 ..

무엇이 소중한가?

무엇이 소중한가? 조 은 미 장마가 시작됐나 보다. 무더위 끝에 빗소리가 반갑다. 더위에 헉헉거리던 잎새들이 생기가 돈다. 그동안 너무 무리했는지 자꾸 잠이 쏟이진다.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모처럼 달콤한 게으름 속에 뒹군다. 어느새 9시가 겨웠다. 문득 깜박 잊고 있던 약속이 떠올랐다. 10 시에 면사무소 대회의실에서 군수님을 모시고 진행하는 깨끗한 하천 만들기 캠페인 행사가 있는날이다.용수철 튕기듯 벌떡 일어나 서둘러 나선다. 주민 자치 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될 수 있는 한 크고 작은 공식 행사에 참여하려 노력한다. 고향을 위한 봉사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비가 오는 대도 많은 분들이 모였다. 환경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천은 지역민들의..

한여름이 덥지만은 않은

한여름이 덥지만은 않은 조 은 미 우리나라 말에 '미치다' 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여러 다른 뜻으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 본성을 잃게되는 것을 나타내는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깊이 젖어드는 상태를 일컫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젊었을 때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지 매사 딱히 좋을 것도 , 나쁠 것도 없는 회색 지대에서 엉거주춤한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가 들수록 희로애락의 감정이 무뎌져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주변의 것들에 무반응으로 점차 감정 곡선이 수평을 이루게 되면 사는 것이 재미 없어지고 단지 시간을 축내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된다.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무엇인가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사랑이 머무는 언저리 조 은 미 기다림이 있는 삶은 달콤한 긴장감과 기대로 설렌다. 자라섬에서 서울교대 전체 동기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가슴 뛰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만나면 푸근하고 편안한 자리가 좋아 이 모임을기다리게 된다.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같은 직업에 종사한 공통점은 진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잘 나가는 친구들 만나 주눅들고 부러워 동창회 다녀온 뒤끝이 조금은 씁쓸해지는 다른 대학 동창들과는 전혀 다른 끈끈한 유대감이 있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그 자리에서 미소 한 번이면 마음이 열리고 소통의 다리가 놓인다.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뜨락에 내려 선다. 햇살 머금은 보리수가 봉긋 부풀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의 유두처럼 싱그럽다. 조롱 조롱 가지가 휘도록 흐드러진 보리..

깨를 볶으며

깨를 볶으며 조 은 미 이유 없이 하기 싫은 일이 있다. 내게는 깨를 볶는 일이 그렇다. 꽤 오래 전에 지인이 집에서 수확한 참깨를 보내왔다. 귀한 선물을 냉동고에 보관하며 늘 숙제처럼 깨를 볶아야지 벼르기만 하다 깨가 떨어지면 마트에서 볶아놓은 참깨를 사오기 일수였다. 양념통에 깨가 얼마 남지 않았다.오늘은 기필코 깨를 볶아야지 결심하고 깨 볶을 채비를 서두른다. 힘들게 농사 지었을 수고를 생각하며 한 톨도 해실 되지 않도록 몇 번을 조심해가며 씻었다. 정성스럽게 조리질을 하며 훍을 걸러냈다. 번거롭고 수고롭기 그지 없는 일이다. 깨끗이 씻은 깨를 후라이팬에 넣고 나무주걱으로 타지 않게 자주 저어가며 볶아준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옛날 외할머니께서 솥뚜껑을 엎어 놓고 하롯불에서 깨를 볶으시..

흰 색, 그 조화로움

흰 색 , 그 조화로움 조 은 미 전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단조롭고 단순하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니 마음도 몸도 느긋하고 여유롭다. 늘 바쁘게 쫓기며 살던 도시 생활의 분주함에 비해 나를 돌아보고 나와 더 친해질 수 있는 한가로움이 삶을 넉넉하고 편안하게 한다. 어느새 옷차림까지도 달라졌다. 전에는 드레시 하고 좀은 화려한 여성적인 정장을 선호했다. 이곳에서는 만고에 그런 옷을 떨쳐입고 나다닐 일이 없다. 편안하고 케쥬얼한 바지와 티셔츠면 족하다. 평소에는 쉽게 때가 타고 곧 변색 되어 금방 추레해질까 겁나서 흰 바지 입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이 넉넉해지니 옷 색깔의 취향이 나도 모르게 흰 색을 선호하게 된다. 좀 더러워지면 빨면 되지. 쉽게 변색..

카테고리 없음 2024.06.07

이 나이

이 나이 조 은 미 때로 내 나이도 깜박깜박 잊고 산다. 누가 나이를 물으면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들어 부쩍 숫자 감각이 무뎌짐을 느낀다. 아침마다 오늘이 몇 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확인하는 일을 습관처럼 달고 산다. 요가 클래스에서 젊은 친구들이 유연하게 따라하는 동작을 몸이 뻣뻣하게 굳어 제대로 따라하지 못할 때 나이를 의식하며 부러워지기도 한다. 옆에서들 언니 나이에 지극히 정상이라고 위로하는 말을 듣노리면 고맙기도 하지만 어느새 이 나이가 되었나 싶어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스친다 . 초저녁 잠드는 시간을 어물어물 놓치는 날이면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 못 자면 내일 늦게까지 자면 되지 싶어 느긋하게 유투브를 뒤적이며 잠이 올때까지 뒹굴거린다. 불면이 주는 초조함을 바상되지 않고..

함께 하는 행복

함께 하는 행복 조 은 미 요즘 나의 주요 일과는 파크골프를 치는 일이다. 무언가를 새로 배우기 위해서는 열정과 재미가 있어야 한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정직하게 몸이 반응한다. 매일 조금씩 기량이 향상되는 즐거움이 있다. 파크골프로 인해 좋은 분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유익이지만 건강이 좋아진 것은 더 없이 감사한 일이다. 1만보 정도를 거뜬히 걸을 수 있을만큼 지구력이 생겼다. 오늘도 대성리 구장에서 36홀을 돌았다.파크골프 끝나고 하모니카 클래스로 직행했다. 2시간 수업이 즐거웠다. 하고 싶은 일을 즐겨하는 것은 행복하다. 집 안에 들어 가기 전 잠깐 마당에서 파크 골프 스윙 연습을 한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 하려 노력한다. 가까운 Nine block The stay 에서wild gard..

ㅡ오늘 하늘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오늘 하늘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조 은 미 채운정 뜨락에 작약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붉다 못해 자줏빛을 토해낸다. 혼자 보기 아깝다. 5월의 끝자락. 오늘은 서울교대 8회 동기 화사회 등산 모임이 있는 날이다. 늘 건강한 모습으로 산행을 하는 친구들의 사진을 눈으로만 부럽게 바라보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안산 자락길을 걷는다기에 큰 맘 먹고 동참해보기로 했다. 전원 생활은 자연과 친해지며 넉넉해 지는 편안함이 있지만 때로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무료함을 느끼기도 한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설레임에 새벽같이 서둘러 집을 나섰다. 7시20분. 서울 가는 시외 버스를 탔다. 잠실 5단지 시외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지하철을 2 번이나 갈아타고 약속 장소인 독립문에 닿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모두 반갑게..

늦바람

늦바람 조 은 미 서울 집을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와 둥지를 튼지도 어느새 반년이 지나간다. 번잡한 도시생활을 떠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시간 속에 나를 내려놓고 앞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다. 어느 정도 쉼의 갈증이 채워질 무렵 조금씩 무료함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사람이 늘 여유롭고 평온하기만 하면 활기가 빠지고 삶이 지루해진다. 몰입할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알아보니 주민을 위한 다양한 자치 프로그램들이 개설되어 있었다. 망설임 없이 파크골프 강좌를 선택했다. 파크골프를 뒤늦게 만난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자세하게 이론과 더불어 실전을 병행해서 가르치는 강사님의 친절한 지도에 힘입어 목하 파크골프와 열애 중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늘 생기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