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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그 강을 거스르며

그 강을 거스르며 ㅡ 태국 칸차나부리 조 은 미 백세 시대를 산다는 요즈음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 길을 반은 내려온 지점에 서 있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요즘은 더 빠르게 지나감을 느낀다. 학창시절에는 총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가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잠깐 다른 것을 가지러 간 사이 금방 놓아둔 믈건을 어디다 놓았는지 생각나지 않아 헤매고 찾을 때 당혹스럽고 절망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디서나 핸드폰으로 통하는 시대라 집전화는 용도 폐기 된지 오래다. 내가 집 전화를 없애지 못 하는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 핸드폰이 보이지 않을때 찾는 용도로 요긴하게 활용 한다. 그렇다고 세월 가는대로 마음까지 늙어가서야 쓰겠는가? 조금이라도 노화를 늦추고 싶어 새로운 것을..

고향, 그 언저리

고향, 그 언저리 조 은 미 설레임으로 새 아침을 맞는다.일찍 눈이 떠졌다. 매일같은 일상에서 특별한 하루는 기다림이 된다. 오늘은 마을 향우회에서 속초로 나들이 가는 날이다. 이 마을에 살다 고향을 떠난 분들과 현재 살고 있는 분들이 모두 함께 모이는 축제 날이다. 고향은 엄마라는 말만큼이나 우리를 푸근하게 한다. 이곳에 사는 분들은 외지분들도 많다. 고향을 떠났다 향우회 때 만나는 분들은 그 감회가 남다르리라. 외지 분들도 어느새 정이 들어 고향처럼 한데 어울어져 살아간다. 조항마을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은 정이 되어 서로를 끈끈하게 엮어 준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 조항 마을은 이름만큼이나 아늑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마을을 감싸고 있어 어디를 보나 우거진 푸른 숲이 한..

홀인원의 지혜

홀인원의 지혜 조 은 미 전원에서 산다는 건 여유롭고 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 좋다. 때로 너무 조용하고 적막하기도 하다. 하루 종일 사람 마주칠 일 없이 지나기도한다. 가끔은 입이 먹는 기능 외에 말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 잊고 살기도 한다.뇌에 받는 자극이 너무 없어 자칫 뇌가 제 기능을 상실하지 읺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끔 방금 했던 일이 생각안나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 땐 치매 전조증상인가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금방 물건 둔 곳이 생각나지 않아 여기저기 찾다가 절망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순간에는 아직 인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에 안도한다. 새벽에 듣는 living life 영어 설교가 조금씩 분명히..

여분의 삶

여분의 삶 조 은 미 묵안리 일문 교회는 주일예배 에 예닐곱명이 모이는 작은 교회이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몇 백명이 모이는 교회보다 예배를 사모하는 마음이 뜨겁고 예배가 살아 있어 죽었던 영이 살아나는 기쁨을 누린다. 멀리서 오시는 목사님께서 늘 준비해오시는 섬김에 감동과 미안함이 있어 오늘은 찰시루떡 반 말을 주문하여 성도들과 나눔을 했다. 남은 떡을 주변의 이웃과 한 조각 씩 나누며 마음의 풍성함을 느낀다. 떡을 나누고 밑에 쳐진 팥이 한 대접은 실히 남았다. 그냥 팥만 먹기는 벅찬 양이다. 궁리 끝에 팥죽을 쒀보기로 했다. 팥에 넉넉히 물을 붓고 찬밥 한 대접 실히 넣어 중간 불에 계속 저으며 적당한 농도가 될때 따까지 졸인다. 멀겋던 팥물이 밥과 어울어지며 제법 죽 모양을 갖춰간다. 설설 끓는 ..

ㄷ편견의 끝

편견의 끝 조 은 미 살다보면 내 그릇만큼 세상을 담고 살아간다.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만 믿는다. 그것이 내 잣대가 되어 내 마음대로 상대방을 재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이사 온 후로 아직 물건 둔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 필요한 때 어딘가 있었는데 싶어 찾으면 도무지 찾을수가 없다. 찾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아예 새로 사는 것이 편하기도 하다. 시골은 눈이 자주 와서 등산 스틱이 필요하다. 별로 쓸 일이 없어 서울 집 신발장안에 모셔두었던 등산 스틱이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지를 않는다. 아직 풀지 않은 짐 속 어딘가 들어있기는 할 것이다. 찾는 걸 포기하고 쿠팡에 주문을 넣었다. 지난 번 것이 너무 커서 배낭에 들어가지 않던 터라 5단짜리 접이식 스틱을 주문했다. 이 시골까지 다음날 바로 배달..

묵은지의 변신

묵은지의 변신 조 은 미 이모님이 보내주신 김장 김치가 맛있게 익었다. 김치 냉장고에 갈무리하려고 보니 통마다 먹다 놓친 김치들로 가득 찼다. 새김치 넣을 자리를 만드느라 통들을 비우고 정리했다. 묵은지는 물에 흔들어 속을 떨어내고 몇시간 울궜다. 물기를 꼭 짜서 숭숭 썰어 된장 조금 넣고 매실청, 파 , 마늘 갖은 양념에 들기름 한 술 넣어 조물거린 다음 멸치 육수 자작하게 붓고 중불에 자박자박 볶아낸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남은 묵은지로는 김치전을 부쳤다. 묵은지의 깊은 맛이 또 다른 식감으로 입맛을 유혹한다. 작은 수고로 버릴수 밖에 없는 묵은지가 새로운 맛으로 탈바꿈 했다. 묵은지의 변신을 보며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잠깐 생각이 미친다. 후패한 우리의 삶도 속 사람을 변화시킬수 있는 어떤 가..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조 은미 고향으로 둥지를 옮긴지도 어느새 2달이 넘었다.이사온 뒤끝의 번잡함에서 몸도 마음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간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같은 날이지만 시작이라는 시간의 경계는 늘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각오를 다지게 된다. 오늘은 유명산 산악회에서 정선 함백산으로 등산을 가는 날이다. 새해 첫 모임이다. 무릎이 부실해 산을 오르는 건 엄두를 못내지만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좋아 산밑에서 놀더라도 따라 나서기로 한다. 7시 20분 엄소리 입구에서 합류하려면 서둘러 나서야한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길을 조심스럽게 달린다. 곧 관광 버스가 도착했다. 45인승 버스가 만석이다. 이런 모임에는 늘 뒤에서 수고하는 손길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집에서 직접 싼 김밥에 입맛을 사로잡는 홍..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사람과 사람이 만날때 조 은 미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현관 문을 연다. 순백의 도화지가 펼쳐진 세상. 하얀 순수 앞에 아이들 처럼 환호성을 지른다. 누구나 기다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눈 앞에 선물처럼 펼쳐졌다. 시골로 이사 오고 첫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다. 온갖 번잡함에서 벗어나 덕지덕지 걸쳤던 누더기들을 한 겹씩 벗겨내며 조금씩 내 안에 바랬던 사람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들! 평화가 내린다. 하나님 만드신 자연 앞에 서면 더 없이 겸손해지고 감사가 넘친다.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 대여섯명이 모여 예배드리는 작은 일문 교회가 있다. 이곳에 현대 계열에서 중직을 맡으시다 뒤늦게 신학을 하시고 첫 사역지로 이곳을 택해 오신 정진용 목..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

아름답게 늙어가는 비결 조 은 미 어느새 한 해도 몇 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저런 모임에서 송년회로 모여 한해를 보내는 회고의 자리를 갖는다. 며칠 전에 이곳 반딧불 하모랑에서도 조촐한 송년 음악회로 모였다. 하모랑을 이끌고 있는 곽영분 선생님은 10 여년 전 이곳에 터전을 잡고 전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소일삼이 한 두 사람 이웃분들을 가르쳤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마을 회관에 취미반으로 20 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할만큼 규모가 커졌다. 지역 사회에도 기여도가 높다. 크고 작은 행사에 초청되어 연주회를 갖기도 한다. 이곳 회원들은 평균 연령 70세를 상회하는 연세많은 시니어들이 주를 이룬다. 적게는 4 개월 경력자부터 10 년 이상된 회원까지 수준이 다양하다. 85세가 넘은 노인들이 mr에 맞춰 박자까지..

위기일발

위기 일발 조 은 미 항토방 문을 열어본다. 아직 제 자리를 잡지못한 이삿짐이 혼란스럽다. '정리를 해야지' 다짐해보지만 마음만 앞설 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오늘은 기필코 해결하리라 작심하고 방에 들어서는 순간 냉기가 훅 끼친다. 찬 방에서 꿈적거리다가 감기나 들면 낭패다. 방에 불을 올린 다음 치우리라 생각을 바꾼다. 돌을 달구어 방의 온도를 높이는 발열판 위에도 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저 짐을 치우고 불을 올려야지 ' 생각이 거기 까지 미쳤지만 그게 끝이었다. 무심히 보일러 스위치를 켜고 안채로 들어와 몇 시간이 흘렀다. 그제서야 아차 발열판 위의 짐을 치우지 않고 불을 올린게 생각났다. 마음이 다급해져 뛰어나가 황토방 문을 여는 순간 화학물질 타는 냄새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다.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