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도 은혜로
어느날 선릉역 안과 병뭔을 다녀오다 우연히 점심 먹으러 들렸다 만난 맛집!
1만원 밖에 않되는 착한 가격에
그 맛깔스러운 맛이라니!
다음 모임엔 꼭 다시 우리 할매들 데리고 오리라 생각하고 명함까지 소중히 챙겨 넣는다.
싸고 맛있는 집에 만족해할 친구들 얼굴을 떠올리며 며칠 전 예악해놓고 오늘 만나러 가는 길이다.
50년 가까운 대학동창 모임이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주밀하게 챙겨 다달이 모임 안내를 해주던 튼실한 총무가 미국 아들네 산바라지해주러 떠나고 나니 그중에 그나마 제일 선도가 높은 내가 꼼짝없이 대타를 이어받아 모임을 주선하게 된다.
남이 할 때는 별 것 아닌 줄 알았는데 이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싸면서 음식 맛이 괞찮은 곳을 찾아 입맛도 챙겨야 하고 벌써 깜박 거리기 일쑤인
할매들에게 기본적으로 서너 번은 모임을 일깨워줘야 한다.
그래도 엉뚱한 날 나가서 왜 아무도 않나오냐고 걱정스런 전화에 이미 낯선 모습이 아니기도 하지만 아직 바쁘게 사는 노년이 대견하기도 하고 남의 일같지 않아 깔깔대고 웃으며 상대의 실수에도 너그러워진다.
교회 장로와 손주 보기로 일정을빼기도 빠듯한 친구가 헉헉거리며 왔을텐데
'내일 다시 나와야겠네'
웃으며 돌아서는 여유가 미안하고 고맙다.
선릉역 2번 출구에서 만나 예의 그 음식점에 들어서니
여자 손님은 하나도 보이지않고 남자들만 자리잡고 앉아있는게 어째 좀 분위기가 아니다 싶었는데 내미는 메뉴판에는 장대고 왔던 만 원짜리 메뉴는 온데간데 없고 최하 3만5천원 짜리 술안주에서 시작하는 고급 술상만 준비되는 술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저녁 한끼 밥 반찬도 아니고 술안주를 시켜놓고 저녁 먹기에는 편편치않고 가격도 너무 과한 것같아 나가려하니
미리 예약해놓았는데 그러면 되느냐는 주인의 털떠름한 기색예 눌려 나가지도 못하고 제일 싼 갈치찜을 밥반찬으로 시켜놓고 울며 겨자 먹기로 남자 술손님들 사이에 끼어 앉아 불편한 저녁을 먹는다.
골든 타임에 술 한 잔도 시키지않고 그것도 제일 싼 메뉴를 시켜먹는 할매들이 달갑지 않기는 하겠지만 물 한 잔을 달라해도 느적거리는 종업원의 불친절한 태도는 의도적인 것 같아 빈정이 상한다.
다행히 맛갈스럽게 푸짐히 나온 갈치찜에 안도하며 한 젓갈 입에 넣는 순간 뒷맛이 냉동실 오래된 맛이 느껴지고 처음 맛있게 먹던 그 맛이 아니다.
영 마음이 불편하여 할매들 기색을 살피니 맛있게들 먹는듯 하여 반체면은 세워 다행이다 싶어 불편함을다스리며 쫒기 듯 눈치밥을 먹고나온다.
하 땅값이 비싸서 그런가?
강남 음식점 값이 점심 저녁이 그리 차이가 있는 줄 어찌 알았을까? 같은 음식을 점심보다 배를 더 주고도 손님 취급도 못받고 나오니 속이 아리기도 하고 좀 면목이 없기도 하다.
돌아보니 술 손님이 제법 많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집에서나 밖에서나 호주머니가 봉이되는 남자들을 생각하니 좀은 안스럽기도하다.
그래도 이 정도 술집에서 허리풀고 웃을 정도면 성공한 삶들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서둘러 수저를 놓자마자 일어서며 강북같으면 귀한 손님 대접 받으며 우아하게 먹고나왔을 저녁을 시원찮은 대리운전수 덕에 불친절을 감수하며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지도 못하고 쫓기듯이 일어나 나오며 친구들에게 모처럼 나들이가 유쾌하지 못한 선택이 된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든다.
그래도 갈치찜 먹고 싶었는데 맛나게 잘 먹었다는 인시를 해주는 교양있는 우리 할매들 덕분에 무거웠던 마음이 좀은 가벼워진다.
50 년 만나 오는 동안 한번도 서로의 실수를 가슴에 품지 않고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기쁜 일에는 마음을 다해 축하해주고 슬픈 일에는 제일 먼저 위로해주며 반 평생 넘도록 따뜻한 동행이 되어 함께 늙어가는 할매들
늘 고맙고감사하다.
서로의 모습 속에 거울이 되어 지금처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아름답고 곱게 늙어가세나.
모두 건강괸리 잘 하고 내 다음 달엔 실수 않하고 맛있는 집 찾아보리다.
이 교장 허리 아작 내지말고 며느리 산바라지 대충 하고 오소.
이 나이에 무수리로 사는 일 그것도 버거운 일이오.
참말로 그동안 수고 많고 고마웠오.
실수도 은혜로 받는 벗들 덕분에 커피 잔이 식어가도륵
정담이 익익어기는 가을 저녁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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