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꼬리 자르기

조은미시인 2019. 9. 29. 08:40

 

 

 

 

 

 

꼬리 자르기

조 은 미

 

모처럼 차분히 여유를 갖고 화장대를 정리하다보니 그동안 방치해 놓았던 액세서리 목걸이들이 저희들끼리 얼키고 설켜 수세미가 되어있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처럼 빼들은 사정의 칼을 멈출수는 없다.

 

조심조심 연결 고리를 찾아 하나씩 풀어 놓으니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아 하나씩 떨어져 나온다.

문제는 연결고리가 없이 통째로 엮인 놈들이 문제다.

유착관계가 너무 심해 엮인 정황은 확실한데 어떤 녀석이 몸통인지 분간조차 않간다.

집중하여 조심조심 탐색하며 요리조리 가르마를 타본다.

드디어 서로를 븥들고 있는 아킬레스 건을 찾았지만 끊어낼 방법이 없다.

함부로 끊어내다간 둘다 못쓰게 될 판

어떻게든 풀어보려 애써보지만 인내력의 한계에 부딪친다.

 

드디어 결단의 시간

둘을 다 살리긴 역부족

좀 더 내게 의미가 있고 내 취미와 품위에 어울리는 것을 살리기로 마음 먹는다.

겉으로 화려해 한 눈에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러 줄의 구슬로 이어져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고 잘 못 간수하면 제 스스로 자가 딩착에 빠져서 자기끼리 얼켜 제 구실도 못하고 두고두고 후환거리인 초록색 목걸이 한 줄을 잘라 지인이 정성으로 손수 만들어 주어 내가 즐겨 목에 거는 은빛 반짝이는 목걸이를 구히기로 한다.

 

내가 산 것도 아닌데 어떤 경로로 내게 굴러들어욌는지 기억도 없는 중국제 싸구려 목걸이

제가 주인인양 한 자리 차지하고 굴러온 돌 주제에 한 끈에 엮어 다른 목걸이들까지 못쓰게 만들었던 주적을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폐기 처분하고 나니 마음 마저 싱쾌해진다.

 

과감한 꼬리 자르기로 주변을 정리하는 결단도 살아기는데 참 필요한 지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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