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목에서
조 은 미
현실에 타협하며 순응하는 눈치 빠른 벗나무
입질하는 겨울 앞에 어느새 앙상한 가지로 선다
바람이 분다
마지막 남은 잎새들의 처연한 몸짓
나무는 겨울을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제살을 떨어낸다
말의 가시에 찔려 겨울로 치닫는 마음 밭
추적추적 찬 비 내리는 창가
뜨겁게 내린 커피의 체온을
손으로 감싸며
식어버린 씁쓸한 커피 한 모금
목구멍 넘긴다
쓸쓸해지는 저녁
하나씩 옷을 벗는다
살기 위해 심장 깊숙히 박힌 가시를 빼내며 나무를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