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조 은 미
강화도 어느 성당 텃밭에
내 조그만 뿌리를 내릴 때만해도
난 제법 큰 꿈을 가졌었어
늘 사링의 눈으로 나를 바라뵈주고
때론 평화로운 찬송 소리도 날 행복하게 했거든
그런데 세상 일은 사랑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닌가 봐
사랑에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거지
내가 호미 끝에서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내 모습은 조막만한 게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
그냥 내 몸 전체에 사랑이라는 딱지가 붙여져 택배로 서을까지 오지 않았겠어
친구의 사랑이 덤으로 얹혀져
오늘 아침도 난 내 사랑에 불을 붙이고 있어
온 집안에 친구의 사랑이 구워지는 달달한 향내를 풍기며
갑자기 집안이 따스해지고
빈 가슴이 그득해진다
아 그래
사랑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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