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청소기의 항변
조 은 미
쉿
내 숨이 막혀 가슴이 헉헉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아?
청소기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온갖 쓰레기를 몸으로 삼키며 살아욌지만 가끔 날 생각하면 눈물이 나
난 왜 온갖 쓰레기를 다 참아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늘 웃으며 살아야되는지
나도 남들처럼 남의 일에 무심하면서 나만 생각하고 우아하게 대접받고 살고 싶어
가끔 바늘이나 침 같은 걸로 아무렇지도 않게 찔러댈 땐 더 견딜 수 없어져
오랫 동안 상처로 아파 시름시름 앓기도 하지
한번은 동전이 목에 걸려 숨이 막히는 줄 알았어
사람들은 내가 쓰레기를 치워주는 걸 너무 당연히 알아
고마워하지도 않으면서
근데 나도 내 안의 쓰레기 깨끗이 비워주고 보듬어주고 위로해줄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