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감사한 하루
조 은 미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사람 생각만 해도 따사로워 지는 곳이 주변에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주일 예배를 마치고 아버지를 찾아 뵙는다.
평소 보다 더 생기가 있으신 모습을 뵙고 편안한 마음을 안고 시골집을 향해 달리는 마음이 설렌다.
온통 겨울이 들어찬 뜨락.
제 빛을 잃지 않고 의연히 서 있는 늘 푸른 나무들이 수호신처럼 울타리를 지키고 서 있다.
빈 뜨락을 둘러보며 반가운 눈 인사를 건낸다.
가을에 옮겨 심은 주목은 아직도 시름시름 병색이 깊다.
오는 봄엔 툭툭 털고 제 모습을찾아 가려는지!
늘 안스럽고 마음이 킨다.
힘 내, 꼭 살아줘.
사랑과 격려를 담아 다독여주고 현관문을 연다.
훅 끼치는 냉기.
오래 무심했던 마음이 꾀나 서운했나 보다.
벽난로 스위치와 보일러 스위치를 올리고 살살 달랜다.
외로웠던 마음 가슴을 파고 들며 내 온기에 서서히 마음이 녹아간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나를 비운다.
어느새 서운함이 풀렸는지 따뜻해진 훈기로 나를 보듬는다.
사랑은 서로의 생기가 된다.
따끈한 위즐 커피 한잔을 내려 받쳐 들고 은은한 커피향에 나를 맡긴다.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
멀리 일본에 살고 있는 50년 지기 여고 동창과의 카톡으로 전해지는 푸근한 사랑 안에 달달한 추억을 되새기며 따뜻해진다.
빈집은 나로 인해 채워지고
나는 빈 집에서 나를 비움으로 채워간다.
고요한 적막 속에 나른히 스며드는 평안함.
오늘도 함께 해주신 그분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상현달이 창밖에서 반갑게 손짓하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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