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윤희에게를 보고 와서
조 은 미
어떤 영화인지 전혀 사전 지식이 없이 그냥 첫사랑 멜로 영화인줄 알고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며 관람하러 갔다가 동성애를 주제로 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뭔가 여러 가지 착잡한 느낌을 안고 영화관을 나온다.
동성애 하면 어쩐지 선입견에 혐오감이 먼저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동성애를 주제로 다루면서도 혐오감을 느낄만한 자극적인 장면이 없이 너무 잔잔하고 반전이나 어떤 클라이막스도 없는 담담한 수채화를 보는 것 같은 약간은 지루하기마저 한 영화였지만 김희애의 원숙한 젖은 연기에 빠져 주제에 대한 혐오감 대신 사랑의 아픔에 같은 마음으로 감정이 이입 되어 동성애도 이성간의 보편적인 같은 사랑의 빛깔로 느껴질 만큼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를 보는 내내 첫사랑의 추억이 떠올라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딸과 고모의 가족애를 통하여 성 소수자의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고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게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주변의 사랑과 사회적 괸심이 정상적이지 못한 사랑의 상처에서 치유되고 회복되게 하고 성소수자의 사랑도 한 인격체의 건강한 사랑으로 인식 되고 받아 들여져야한다는 메세지를 던져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는 다양한 빛깔의 사림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이니까 서로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까닭없이 매도되어 한 인생이 짓밟히는 불행한 일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그런 풍조로 흐르게 된다면 이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고하고 싶다.
딸 새봄은 일본에서 엄마에게로 배달되어 온 편지 한 통을 몰래 열어보고 윤희로 분한 김희애의 과거 첫사랑이 동성 친구인 일본에 살고 있는 쥰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엄마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늘 외롭고 고독한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게된다.
엄마와 쥰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엄마도 모르게 혼자만의 계획으로 윤희에게 일본 여행을 제안한다.
행여 첫사랑을 만날 수 있으리란 막연한 기대감을 속으로 가지면서 짐짓 딸과 둘이 떠나는 여행.
젊은 시절 동성애의 편견으로 인해 부모에 의해 강제로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오빠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거의 강제적인 결혼을 하게 되면서 불행해지는 윤희.
결국은 이혼의 상처를 안고 피폐하게 웃음기 하나 없이 형벌 처럼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첫사랑의 추억을 아프게 안고 일본에서 윤희를 그리워하며 독신으로 살고 있는 쥰.
쥰이 윤희의 꿈을 꿀 때마다 윤희에게 쓰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쥰의 아픔을 이해하는 고모가 몰래 대신 부쳐주면서 영화 전편에 따뜻한 가족애가 흐른다. 새봄의 남자 친구 경수와의 풋풋한 사랑도 발랄하게 묘사된다. 윤희를 사랑하지만 이혼할수 밖에 없었던 평범한 가장이었던 남편.
아직도 윤희를 사랑하고 있는 전 남편의 결혼 청접장을 받아들고 진심으로 축하하며 닫혔던 마음을 여는 윤희.
성숙한 아름다운 사랑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오타루의 설원를 배경으로 새봄이와 천진스럽게 눈싸움을 하며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어 보는 윤희.
새봄의 주선으로 우연을 가장하여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서도 별다른 액션 없이 마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절제가 두사람의 사랑에 애틋함을 더하여 지순한 이성간의 첫사랑을 보는 것 처럼 가슴을 적신다.
서로 만남 이후 두 사람이 사랑한 과거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는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감을 찾아 새로운 직장에 대한 꿈을 꾸며 오빠의 그늘을 떠나는 윤희의 홀로서기에 박수를 보낸다.
지극히 담담하게 동성애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면서 주변의 사랑과 관심이 그들을 한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복귀시킬 수 있다는 작가가 던져주고 싶은 긍정적인 메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성 소수자의 성 편견에 대한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이해를 하게 되는 면은 차지하고 현실은 영화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세상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번성하며 땅을 충만케 채워가라는 하나님의 창조하신 뜻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고 사명이 아닐까?
성 소수자의 성 편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여 한 점과 수준 높은 작품성이 있는 영화임을 인정은 하지만 이런 영화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동성애에 대한 가치 기준이 흔들리고 성 정체성에 대한 혼돈이 보편화 되어 어떤 사회적인 통념의 경계가 무너지게 될까 심히 우려스러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가로수 낙엽이 뒹구는 아스팔트의 밤 바람마저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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