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조 은 미
크리스마스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백화점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액면가 1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들고 오늘은 뭔가 하나 근시한 득템을 꿈꾸며 쇼핑에 나선다.
한참을 돌다 눈길을 끄는 모자점 앞에 발을 멈춘다
일단 기격표에 눈길이 머문다
85,000원
상품권 한 장으로 사기에 충분한 가격이어 마음 놓고 머리에 얹어 본다.
제법 마음에 든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다시 한번 가격표를 확인하는 순간 눈을 의심한다.
자세히 보니 85,000원이 아니라 0이 하나 더 붙은 850,000원의 택이 붙어있다.
몇번을 자세히 동그라미를 세어 봐도 틀림없는 850,000원이다.
85,000원도 내 돈 주고 사기에는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아니 겉옷도 아니고 기껏 모자 하나에?
잘 어울린다며 만면에 웃음을 띄고 나의 다음 행동을 기디리는 점원 앞에서 순간 표정 관리에 돌입한다.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 거을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다 우아하게 모자를 벗어놓는다.
"나한텐 잘 안어울리는 것 같네요.
다음에 들릴께요 "
하고 돌아나오는 마음이 꾀나 황당하다.
도무지 저런 고가의 모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는 여자들은 어떤 여자들일까?
아무리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내 돈이고 그런 여유가 된다 하더라도 모자 하나에 그리 큰 돈을 들이는 게 보통 상식을 가진 우리네 같은 가정 주부들에게는 가당키나 한 일일까?
도무지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먼 나라 이야기 같은 사치스러운 소비 형태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 너무나 생경스럽다.
명품을 걸친다고 사람도 다 명품이 되는 것도 아니련만.....
어쩌다 여자 친구에게 명품 빽 하나 선물하려고 몇달치 아르바이트 수입을 고스란히 털어붓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젊은 친구들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여자 친구도 의례 명픔 빽 정도는 사주는 게 당연한 것 같이 생각되어 그런 선물을 못받으면 자존심 상하는 것 같고 능력 없는 남자 친구로 여겨져 미련도 없이 돌아서 다른 친구로 갈이탄다는 신세대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무리하게 할부로 명품을 구입한 후 허리 띠를 졸라매고 생활고에 헉헉 거리고 심한 경우에는 명품을 쫒다가 카드 빚에 쫒기는 사례들도 심심찮게 주변의 소문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 정도가 분수인 사람들이 제 분수에 맞게 사는 거야 나무랄 일은 아니겠지만 월급 받아 부인 명픔 모자 하나 못 사주는 가장이 이 땅에 얼마나 많을런지!
지나친 과소비로 이웃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소비 문화는 조금 자제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사는 사회, 좀더 이웃에게 눈을 돌리고 분수에 맞는 건전한 소비 문화가 상식이 되는 사회가 정착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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