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생일을 감사하며

조은미시인 2020. 3. 23. 14:58

 

생일을 감사하며

조 은 미

 

어느새 고희란다.

옛날 같으면 고희면 상늙은이 축에 들텐데 시절이 좋아 아직 어디 가서 노인 행세 하기는 낯이 부끄러울만큼 젊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 한테는 미리 생일 축하금을 두둑히 받은터고 코로나 때문에 모여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조심스럽고 사려저 일체 아는 척도 하지 말라고 당부해놓은 터라 정작 생일날 아침은 날짜도 잊고 있었는데

아이들에게서 아침부터 문안 카톡이 오고 sns에서도 생일 축하 글이 쇄도한다.

이모들도 생일 축하금을 온라인으로 송금했다며 안부를 물어와 생일을 실감하며 따스한 마음들에 감사하고 행복해진다.

 

점심엔 수석동의 강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의 한강 한정식 집에서 오붓하게 절친과 식사를 하면서 윤슬이 반짝이는 봄볕을 즐긴다.

사장님께서 생일이라고 특별히 신경써서 새우튀김을 케익 삼아 데코레이션 해서 내오신다.

많은 축하 글 속에 경기도 김경호 도의원님께서 손수 작시하신 생일 축시를 받고 가슴이 뭉클 해진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의례적인 생일 인사로 보내시는 글이 아닌 마음이 담긴 진솔한 시를 읽으며 감동으로 파문이 인다.

페북 친구로 지내는 인연이라 특별히 보내신 선물인 것 같다.

솔직히 더불어민주당 정말 비호감이었는데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스한 감동적인 글을 받고 보니 마음 한구석 빗장이 절로 풀어지는 것 같다.

 

저녁엔 예맥 건축의 남정식 사장님께서 귀한 가평 잣 세트를 생일 선물로 내미신다.

요즘 시골집 공사 해주시느라고 너무 애쓰시고 구석 구석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챙겨 꼼꼼히 일 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뜻하지 않은 선물까지 받고 보니 인간적인 따뜻함과 배려에 고마운 마음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오후엔 건너집 영순씨가 손두부를 했다고 불러 별미를 먹었는데 저녁엔 뒷집 현숙씨도 카레를 했다고 또 한 차례 이웃을 불러 대접을 해서 생각지도 않은 생일 축하를 푸짐히 받는다.

 

혼자서 외로웠을 생일에 이렇게 사랑받고 위로받게 하시는 하나님 당신의 사랑과 간섭하심이

어찌 이리 주밀하신지요!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산다는 건 얼마나 아름답고 살 맛 나는 일인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축하를 보내주시고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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