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봄을 굽는 아침

조은미시인 2020. 4. 2. 10:30

 

 

 

 

봄을 굽는 아침

조 은 미

 

어슴프레 여명이 밝아온다.

아직 따끈한 게으름을 달달하게 즐긴다.

카톡에 기다리고 있는 벗들의 안부와 감성을 보듬는 음악에 취하고 말씀을 음미하며 마냥 시간과 동무하는 여유 안에 딩군다.

9시가 겨워서야 느긋하게 기지개를켠다.

 

양배추 사과 비트 블루베리 미나리 갈아 주스 한잔 들이키고 남은 미나리 용처를 생각하다 잎채로 듬성듬성 썰어 부침가루에 계란 하나 똑 깨뜨려 섞고 팬에 기름 두르고 노릇노릇 봄을 굽는다.

 

텃밭에 갓 자란 통통한 파 한 웅큼 뜯어다 식초 한 방울 떨구고 깨 송송 뿌려 초간장 만들어 봄을 입안에 가둔다.

가슴 까지 봄 향기가 그득하게 차오른다.

 

행복한 아침 마주 앉아 웃어줄 빈 자리의 약간은 쓸쓸한 외로움 까지 양념 삼아 자유 안에 버무려 봄을 굽는 아침 !

거실 창가의 햇살 마져 눈부시게 밝고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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