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씨앗을 뿌리며

조은미시인 2020. 4. 24. 07:43

 

씨앗을 뿌리며

조 은 미

 

봄이 겨웠는데도 아침 저녁은 손끝이 시릴 정도로 쌀쌀하다.

느긋이 기지개켜던 자목련도 꽃망울이 터지려다 추위에 놀라 도로 몸을 사린다.

 

해가 나면서도 비가 오고 금새 먹구름이 몰려오는가 하면 우박이 떨어지고 그러다 어느새 다시 해가 나고 참 요즘은 날씨마저 요상한 광기로 몸살을 앓는다.

 

김정은 와병설이 외신을 달구고 미국의 최신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고 국제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총 긴장으로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누구도 안보는 안중에도 없는 불감증에라도 걸렸는지 나중에 산수갑산을 갈 망정 당장 안보 예산 이라도 전용하여 긴급 재난금을 지급 하자는 논의가 진행된다니 모두 정신줄을 놓고 미쳐돌아가는 세상에 나도 통장에 경기도 긴급 재난금 10 만원이 신용카드로 승인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서둘러 텃밭에 심을 씨앗을 사러나간다.

 

10평 남짓 손바닥만한 텃밭에 상추,아욱 , 시금치, 부추, 열무, 쑥갓, 얼가리 등 아는 씨앗은 모조리 사들고 온다.

이상한 허기가 욕심을 부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씨앗 안에 감추인 꿈을 텃밭에 뿌리며 바짝 마른 우리의 우울한 꿈도 씨앗이 싹터 푸르름이 풍성해지듯 새로운 생명으로 채워지길 소망해본다.

 

내 텃밭이 푸르름으로 덮는 날 좋아하는 내 벗들을 불러 모아 신선한 푸성귀로 조촐한 식탁을 차리고 우리의 여름을 함께 지낼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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