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죽을 끓이며
조 은 미
상추 단도리 하느라 이들이들 자란 아욱까지 미쳐 손이 안가 밭에 널부러진 것을 나중에 국이라도 끓여 먹을 요량으로 대충 꺾어 일단 냉동실에 얼린다.
아욱국 말고 뭐 다른 요리법이 없나 찾아보니 아욱을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도 먹는단다.
그래 저거다 싶어 아욱 초고추장 무침을 해보리라 작정하고 냉동실에서 꺼낸 아욱을 녹이니 술취한 사람처럼 흐물거리고 다 으깨저 도저히 나물은 안될 것 같다.
아욱의 효능을 찾아보니
아욱의 효능도 장난이 아니다.
황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안구 건강,변비개선, 부종, 숙취해소, 피로회복에 좋단다.
그러나 찬 성질이 있어 소화력이 약한 사람, 임산부는 삼가는게 좋고 과다하게 섭취하면 질산염으로 인한 발암물질도 유발한다니 항시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한 법이라 유의함도 좋겠다.
다 으깨진 아욱을 버리기는 아깝고
광속도로 두뇌 회전을 해본다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여름 아욱죽!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바가지에 박박 으깨 씻을 것도 없으니 씻는 품도 줄이고 멸치도 떨어져 육수도 못내 된장 풀고 아쉬운 대로 산들해 조미료로 맛을 내고
쌀 한줌 푹 불렸다 같이 넣고 마냥 저으며 죽을 끓인다.
쌀 심이 푹 퍼질 때까지 끓이다 보면 아욱과 쌀이 한데 어우러져 물이 겉돌지 않으면서 너무 되지않을 정도의 후룸한 죽이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고추장을 조금 풀고 끓이면 좀더 색다른 맛을 즐길수도 있다.
상추 겉절이, 뽕잎 나물, 상추 물김치와 함께 따끈한 아욱죽으로 한상 정갈하게 차려 나를 대접한다.
호호 불며 한 술 떠넣는 죽맛 !
뭐라 말할 수 없는 추억의 맛 그대로이다.
잇 사이 엄마 손맛이 함께 씹힌다.
죽처럼 한데 얼려 열 식구 하나 되어 어울려 살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