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비오고 난 끝이라 텃밭은 갈퀴손이 지나간듯 황폐하다.
아랑마다 웃자란 풀이 작물을 덮고 싱싱하던 참외 줄기는 장마에 다 녹았다. 몇개 꾀 굵은 참외가 익기는 할라나?
상추도 볼쌍사납게 삐쭉 키만 커 땅바닥에 널부러져 아예 다 뽑아 치우고 비설겆이에 아침 내 땀 꾀나 흘린다. 고추는 올망졸망 많이도 열렸다.
한 소쿠리 실히 따고나니 이것 처치할게 또 걱정이다.
처리 방안에 골몰하다 얼마전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맛나게 먹었던 고추 다대기에 생각이 미쳐 급히 전화를 걸어 레시피를 받고
한번 시도해보기로 한다.
고추는 깨끗이 씻어 카터기에 몇 번 돌려 잘게 다져 놓는다.
마른 팬에 잔 멸치 달달 볶아 냄비 밑에 깔고 마늘 편 썰어 다진 고추와 함께 섞어 약불에 고추를 저어가며 익힌다.
제물이 생겨 국물이 자작해지면 멸치 액젓으로 간을 하여 푹 무를때까지 조리면 고추다대기 완성이다.
칼칼하고 간간해서 밥에 비벼서 먹어도 국수 장국에 넣어도 여름 입맛 돋구는데는 이만한 밥도둑이 없다,
멸치가 없어 북어포 잔잔하게 썰어 대치하고 참치액젓과 멸치 액젓을 썪어 간하고 통깨 훌흘 뿌린후 들기름 몇 방울 넣어 섞었더니 와 정말 환상적인 맛이다.
밥이 먹고 싶어 침이 꿀꺽 넘어간다.
경상도분들이 즐기시는 전통 음식이다.
질박한 그런 음식들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임을 실감하며 뭐니뭐니해도 신토불이가 최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