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연일 구중거리던 장맛비가
아침 나절 잠깐 삐줌하게 멈춘다.
물을 잔뜩 머금은 마당의 풑들이 쉽게 손으로도 뿌리가 뽑힌다.
무성하던 참외 덩굴이 장마에 다 녹아 맨 땅이 드러난 이랑엔 아직 채 익지도 않은 참외가 열개 남짓 딩군다.
그간 공들인 게 아깝고 더 놓아두었다간 제 풀에 곯아 문드러지고 말 것 같아 일단 소쿠리 따서 깨끗이 씻는다.
그냥은 못먹겠고 명색이 참외니 오이보다 낫겠지 싶어 양념에 버무려 김치라도 담아볼 요량을 한다.
껍질을 벗기고 씨를 빼내 깍뚝 썰기로 썰어 새우젓 ,멸치액젓에 고추가루, 파 , 마늘 , 매실 액기스, 설탕을 조금 넣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추어 버무리니 참외 김치가 완성된다.
참외의 아삭한 식감과 양념 맛이 어우러져 바로 먹어도 입에 붙는다.
예상치 못한 대박이다.
그냥 버리기 십상인 덜익은 참외로 담아본 처음 먹어 본 참외 김치!
한번 쯤 일부러라도 해먹어 봄직한 별미 김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