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코로나 19로 집콕하며 계절을 잊고 산지도 어느새 반년이 실히 넘어가는가 싶다.
어제 친구가 단톡에 올린 길상사의 꽃무릇 만발한 사진을 보고서야 그래 꽃무릇이 필 때지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꽃무릇을 보러 길상사를 향해 서둘러 집을 나선다.
작년 이맘때 불갑사의 상사화 흐드러진 불꽃 바다가 눈에 선하다.
비록 불갑사 만큼은 못하겠지만 지척인 서울 시내에서 그만한 장관을 볼 수 있는 것만도 황감하지 싶어 번팅으로 친구와 약속을 잡는다.
동대문역사공원 역에서 4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한성대역에 내려 6번 출구로 나가니 마침 길상사 가는 2번 마을 버스가 도착한다.
굽이굽이 웅장한 성북동 저택이 즐비한 오르막을 지나 바로 길상사 앞에 하차한다.
주말이라 시민들과 출사객들로 붐비는 길상사 경내 곳곳에 꽃무릇이 한창 불타고 있다.
백석과 자야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더 유명한 길상사에 자야의 혼이 서린듯 온통 붉게 물들인 상사화의 핏빛 서러움이 온 몸을 휩싸며
왠지 왈칵 눈물이 솟을만큼 가슴이 싸해진다.
오랫만에 맡는 바깥 공기!
싱그러운 자유가 코끝에 벌름거린다.
뺨에 와 닿는 바람마저 달큰하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기쁨에 이리 주리고 살았었나?
등뒤에 따라오는 가을 햇살이 따뜻하다.
잔잔히 번져오는 행복감에 가슴 한가득 충만함을 담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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