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코로나 이 녀석하고 팔자에 없이 한 끈에 얽힌 적과의 동침도 반년이 넘어가니 함께 지내야하는 현실이 신물이 나지만 살아내다 보니 이녀석 특징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고 처음에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어 숨소리 조차 못내던 공포심에서 조금씩 벗어나 이젠 맞장이라도 한 번 떠볼까 싶은 베짱이 생긴다.
유리알같이 유난히 파란 하늘 !
가을이 들어와 인긴다.
그냥 이녀석과 집 구석에서 딩굴기는 너무 억울 하여 마스크 중무장하고 여고동창 몇이 파주 광탄면 마장 출렁다리를 찾는다.
보광사 근처 몇 십년 내려오는 원조 할머니 손맛으로 유명한 보릿고개에서 정갈하고 토속적인 나물로 그득한 맛난 보리밥을 대접하는 친구의 넉넉한 인심에 한껏 행복한 점심을 먹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나무 계단을 내려가니
그냥 퐁당 빠지고 싶은 맑은 호수가 맑디맑은 하늘을 안고 엄마의 자궁 처럼 편안히 누워있다.
호수를 가로질러 220 m 우리나라 최장의 출렁다리가 단아하게 호수에 걸려 동양화 한폭을 그리고 있다.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답다.
하나님 당신의 솜씨는 어찌 그리 주밀하신지요? 벅차는 울렁거림으로
호수를 가슴에 담는다.
벤취에 앉아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흘러간 그 시절 함께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여고시절로 돌아가 추억에 젖는다.
따사롭고 촉촉한 혈류가 심장을 타고 흐른다.
강화 빈티지박스 팬션 오는 길에 외포항에 들려 새우젓도 사고 풍물시장에 들려 순무김치, 인삼, 참기름, 맛난 밑반찬까지 알뜰 살뜰 추석장도 보고 저녁은 가을이 제철이라는 밴뎅이 무침을 한턱 쏘는 친구 덕에 입까지 호사 하며 숙소에 돌아온다.
팬션에서 봉숭아물을 들이며 할매들 밤새 정담이 익는다.
수세미를 곱게 떠 선물로 나눠주는 친구, 아침 모닝빵 속을 맛나게 준비해온 친구, 팬션을 내주는 친구, 열심히 운전해주는 친구, 이것저것 챙겨와 사랑을 나누는 친구 모두의 풍성한 배려에 늘 따사롭고 서로에 대한 감사로 뼛속 깊이 엔돌핀이 스며든다.
면역력이 팍팍 기를 세우고 창끝을 세우는 것 같다.
코로나 요놈!
네 아무리 날쳐도 오늘은 KO패 인것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