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조은미시인 2020. 9. 28. 02:20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조 은 미

이번 추석엔 코로나 여파로 성묘도 당일 한꺼번에 오지말라는 공원 묘원측 당부 문자를 받은 터라 가까이 사는 딸과 미리 성묘를 다녀오려 집을 나선다.

가을 하늘이 깊고 유리알 처럼 맑다.
날씨도 유난히 청명하다.
제법 성묘객들이 눈에 뜨인다.
잘 단장된 공원 묘원에 올 때마다
화장해 흔적도 없이 뿌리는 것 보다 작은 비각이라도 세우고 안장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보고 싶을 때 달려오면 위로가 되고 비문에 새겨진 사진을 대할 때마다 좋았던 시절을 추억하며 피어오르는 그리움을 달래기도 한다.

망자들의 안식처에 오면 왠지 숙연해지고
경건해지며 심경이 복잡할 때, 어떤 일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때 찾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누구나 가야 하는 길!
앞으로 골인 지점이 더 가까운 시간 앞에 겸허해지며 마지막 마무리에 부끄럼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성묘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딸과 사위와 강이 바라보이는 도토리 전문점에서 맛난 점심을 먹는다.
점심 후 세 식구가 강바람을 쐬며 마시는 커피향이 부드럽게 가슴을 휘돌며 푸근함에 젖는다.
남하고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즐기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들 하고 이리 한가롭게
커피 한 잔을 나누는 여유도 없이 살았다니!
행여 친정엄마와 너무 가까운게 출가한 딸에게 누가될까 싶어 일부러 무심하게 지낸 탓도 있지만
제일 살가운 피붙이 이고 내 분신인 딸한데도 늘 믿거라 드러내놓고 속 마음을 표현하기가 왠지 쑥스러워 사랑해, 고마워 말 한마디 푼푼히 하지 못하고 지낸 것이 새삼 미안스러워진다.

평소엔 무심한 듯해도 어디 아프기리도 하면 제일 먼저 달려와 보살펴주는 딸이 있어 얼마나 고맙고 든든한지! 딸래미 네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니?
새삼 딸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온다.
늘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에 둔감하고 가족이기에 감사 인사 한 마디에도 인색했던 것 같다.

사랑도 표현하는 것 만큼 자라고 말 하는만큼 서로 사랑의 크기를 느끼게 되고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말이 '사랑해' 하는 말인데 왜 식구들 한톄는 그 좋은 말을 그리 아끼고 살았는지!
오랜만에 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마주 보고 웃는다.
네가 내 딸이어서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지!
첫사랑 고백하듯 속삭여본다.
딸래미, 사랑해.
엄마, 나도.
마주 보는 눈빛에 사랑이 고인다.
내가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보물을 힘껏
끌어안는다.
행복은 늘 가까이 있는 것을!
소 닭 쳐다보듯 무심히 사는 부부도 남편 그늘,
아내 그늘 있어 든든하고 감사하고 잘난 남의
열 자식보다 부족해도 내 자식 하나만 못한 것이 세상 이치려니!
가까운 사이 사랑한다, 고맙단 말 아끼지 말고 살아가는 날들이길.
뺨엔 상큼한 바람이 스치고 등어리를 쓰다듬는 가을 햇살마저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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