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명절이라고 모두 모여야 6명뿐인 단촐한 식구지만 코로나로 인해 예년 보다 더 썰렁한 추석이 될것 같다.
이런 땐 장이라도 풍성히 봐 놓아야 허한 마음이 가실 것 같아 며칠 전부터 넘치게 장을 본다.
명절에 지글지글 기름 냄새도 풍기고 뭔가 좀 바빠야 명절 맛이 날 것 같아 억지로라도 일을 벌려 만드느라 공연히 분주하다.
특별히 차례상을 차리는게 아니라서 제수 음식을 장만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유투브에서 배운 요리 실력을 한껏 발휘해 식구들 입맛을 즐겁게 해줄 생각에 이것 저것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다.
적은 식구에 곰비함비 다 먹지도 못 할만큼 음식을 과하게 준비하는 채울수 없는 이 허기는 어디서 오는 건지!
아마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명절 장을 보는 주부들의 공통된 심리가 아닐까 싶어진다.
한 번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정치 문외한이지만 요즘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나라 걱정이 앞선다.
근자에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 임대차 3법만 해도 노후에 월세라도 받을까하여 전세금 받아 헌 집 헐어 다세대주택 지은 임대사업자들은 그야말로 수난시대에 살게되는 것 같다.
까다로운 임대차 3법 규제에 더해 내년 부터 실행되는 보증보험까지 임대사업자에게 지워지는 의무는 점입 가경 이다.
임차인을 위해 마련된 법안이 임대인도 임차인도 모두 피해자가 될 판이라 더 황당한 것 같다.
사방천지 벌금 아니면 과태료 천국에 그것도 몇 만원, 몇 십만원 수준도 아니고 어지간하면 몇 천만원에 실형까지 살인적인 수준이라 조금만 부주의하다간 어디서 뒷통수 맞아 가정 경제가 쑥대밭이 되고 개인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파국을 맞을지 몰라 불안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닐만큼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세금 성실히 내고 허리띠 졸라매 근근히 집 한 채 마련 하였다 건물이 노후되어 다세대 주택 지어 분양도 안되어 어쩔 수 없이 전세로 내주는 임대 사업자가 되어 팔자에 없는 다주택자가 된게 그리 천인 공로할 죄인지 도무지 밑도 끝도 없는 법 규제에 전세 놓기도 겁나고 그렇다고 월세로 돌리자니 그만한 여유도 없을 뿐더러 월세 조금 받으면 의료보험 폭탄이 도사리고 있어 임대료 조금 받아 생활 하시는 은퇴자들은 진퇴양난으로 설 자리가 없는 형편이다.
아파트가 아니라 팔려고 내놓아도 작자가 없어 잘 팔리지도 않지만 운 좋게 팔린다해도 세금 떼고 전세 보증금 내어주고 나면 나앉을 전세금도 마땅찮아 괜찮은 아파트 한줌거리도 안되는 이름만 다주택자인 애꿎은 집주인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임차인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모쪼록 위정자들이 지혜를 모아 모두 같은 국민으로 대접해주고 과도하게 편파적으로 한 쪽이 불이익을 당하는 피해는 없도록 살펴야 할 것이다.
중산층이야말로 힘 없고 빽 없고 그저 법이라면 한 치도 어기지 않고 살아온 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인적 자원인데 성실히 세금 내고 국가의 구성원으로 자기 책임을 다하고 살아온 모범 국민에 대해 칭찬과 격려는 못할 망정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투기꾼 내지 사회 적폐 세력으로 몰아간다면 대한민국 국민 하고 싶은 사람이 하나나 있을까 싶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무섭게 터지는 고위층의 불공정 비리라던가 우리 공무원이 무참히 살해당한 북한 관련 뉴스, 4. 15 부정선거 의혹에 관한 뉴스등은 얼마나 마음 불편하게 하고 스트레스 쌓이게 하는지!
코로나로 일상이 마비되어 가뜩이나 우울한 판에
각종 뉴스들로 산뜻하지 못한 착잡한 기분으로 명절 쇠러 두어 주일 만에 시골 집을 향해 내려오는 마음은 그래도 설렌다.
가로수에도 제법 가을이 들어차 있다.
길섶의 코스모스가 한 껏 함박 웃음으로 맞는다.
익숙한 마을 초입 길로 들어서 초록을 숨쉬니 내리누르던 불안감이 서서히 가시며 가슴이 뻥 뚤린다.
말없이 기다려주는 고향 집.
모든게 정겹다.
잔디도 그새 또 훌쩍 자랐다.
소나무도 푸른 빛이 더 짙어졌다.
한련도 한껏 제멋에 겨워 피고 고추도 저 혼자 붉었다.
들판의 벼도 어느새 누렇게 익어간다.
온 마을 가득 평화가 너울 거린다.
실체 없는 불안을 잠재우며 뜨락에 내려선다.
땅의 기운이 서서히 발끝을 타고 올라온다.
이 충만함이여! 달큰한 행복이 가슴을 파고든다.
깊은 숨을 내쉬며 고요 안에 침잠한다.
엄마 자궁처럼 편안하다.
산 너머 걸린 보름달도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은 위대하다.
만병통치 의사 같다.
그래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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