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강릉의 가을 배웅

조은미시인 2020. 10. 29. 21:47


















강릉의 가을 배웅
조 은 미

오랫만에 절친 몇과 가을을 배웅하러 강릉 여행길에 나선다.
상봉역에서 Ktx를 타고 시간반 가량 달리면서 그간의 회포를 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강릉역에 도착한다.
기차 여행은 늘 그렇듯이 향수와 낭만에 젖게한다.

강릉역에 도착하여 선교장을 찾는다.
고즈녁한 뜨락에 내려앉은 가을빛이 고향처럼 푸근 하다.
활래정 연지엔 온 몸에 물기 마저 말라 버석거리는 연옆 위로 어느새 가을이 다녀갔는지 겨울을 재촉하며 기다리고 있다.
단아하고 정숙한 품위를 지닌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300년 고택의 위풍과 기품은 절로 옷깃을 여미며 숙연하게 한다.
오랫만에 보는 초가지붕과 굴뚝 행랑채의 격자 문살마저 정겹고 편안하다.

나이 들수록 우리 것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고 그리움 저 밑바닥엔 내 뿌리에 대한 소중함과 애틋함이 촉촉히 가슴을 채운다.

근처의 순두부 집에서 담백한 순두부 백반을 맛나게 먹고 숙소인 경포 스카이베이 호텔로 향한디.
해송 욱어진 해변 데크길을 산책하며 갈매기 조는 백사장에 분주함을 내려놓고 흔들 그네에 몸을 맡긴다.
바람의 애무에 뺨을 내주고
시리도록 파란 비취빛 바다에 심장을 꺼내 씻는다.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들어서니 손만 뻗으면 만져질 듯 유리창을 그득 채우는 바다에 탄성을 지른다.
여장을 풀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저녁 산책길에 나선다.

갈대가 익어가는 호숫가 둘레길에도 가을이 농익어 흐드러졌다.
물오리가 공중잽이 하며 자맥질하는
경포호에 보름달이 뜬다.
호수에 드리운 빛의 향연에 취해 나이를 거슬러 소녀가 된다.
가슴 가득 채우는 행복!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기쁨은 얼마나 마음을 편하고 넉넉하고 풍요롭게 하는지!
5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곁을 지켜주는 벗들!
같이 한 세월 만큼 서로 참 많이도 닮아간다.
함께 있으면 내 신발을 신고 있는 듯 편안하다.
새삼 서로 있음에 눈물 나게 고마워진다.

벗이여 지금 만큼만 건강 유지 하고 좋은 곳 여행 하며 맛난 것 찾아다니며 먹고 즐기면서 오래오래 아름답게 동행 하세나 그려.
행복과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가을을 배웅하는 여심들 빈 마음이 허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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