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겨울의 길목에서

조은미시인 2020. 10. 22. 06:51


겨울의 길목에서
조 은 미

가을 옷 꺼내 입을 새도 없이 겨울이 성큼 다가선다.
어깨에 걸리는 코트의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다.

어느새 계절을 몸으로 가늠할 나이가 되었는지!
무릎이 시리고 가슴 한켠으로 찬 바람이 스친다.

시장 좌판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손 칼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몇 십년 한 자리서 나무 도마가 패이도록 대를 물려오는 소문난 칼국수 집 .
어머니는 연만하셔서 시장을 안나오시는지 따님 혼자 칼국수 써는 손길이 분주하다.
인심도 후해 철철 넘치게 한 대접 그득 담이준다.
뜨끈한 국물을 훌훌 불어가며 추억을 넘긴다.
한결같은 손 맛 !
한 대접이 모자라던 입맛이 나이가 드니 맛은 여전한데도 한 그릇을 다 비우기가 버겁다.
반이나 실히 남기며 예전 처럼 맛나게 못 먹어주니 미안한 생각이든다.

시간은 야속할 만큼 빠르게 달음질 치는 것 같다.
아직 사랑할 수 있을 때 주변의 모든 것들을 더 사랑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인생의 겨울 앞에 마음도 몸도 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감사한 조건을 찾아가며 밝은 기운으로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고 내 주장 앞세우기 보다 들어주는데 더 귀를 기울이며 식구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면서 늘 주변을 정리하며 준비된 마음으로 기쁘게 후회없이 살아가야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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