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어느새 어디 가든 어르신이 우리 호칭이 되고 경로석 앉기가 민망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고 싶고 몇십 년 허물 없는 여고 동창이라도 만나는 날은 나이를 70%쯤은 뚝 떼어 나이야가라 폭포에 던져버리는 만용을 서로 용서하는 너그러움으로 하루 종일 까르륵 거린다.
코로나 녀석 웃음소리에 놀라 오다가도 도망갈 만큼 엔돌핀이 솟는다.
비록 마스크 속의 환담이지만 오래 잃었던 일상의 행복을 되찾으며 서로 있음에 눈물 나게 고맙고 감사한다.
오늘은 부천 사는 친구가 아들 장가간 턱을 내는 날이다.
늦은 나이에 참하고 예쁜 신부를 데리고와
시어머니 훈장 달아준 효자 아들 코로나 위기 가운데서도 경사 치르고 고마움과 감사로 베푸는 마음에 부천까지 한 걸음에 달려간다.
낙지 볶음에 연포탕까지 입이 호사를 하고 새로운 가정이 정말 복된 가정이 되기를 마음을 모두어 축복한다.
식사 후는 날아갈 듯 한옥 처마가 수려하고 넓은 초록 인조 잔디가 카펫처럼 깔린 조경이 멋지고 근사한 찻집에서 이름도 생소한 생전 보도 듣도 못한 푸른 소금 슈페너라는 환상적인 커피의 매력에 빠져본다.
푸른 빛의 박하 향이 나는 달달하고 시원한 커피가 넘어가는 맛이 마치 젊어지는 마법의 약물이라도 마시는듯 새롭다.
오밀조밀 꾸며진 친구의 아파트에 퍼질러 앉아 입었던 옷도 벗어 물물 교환을 하고 친구의 아끼던 옷들도 분양받아 걸치며 한동안 패션쇼를 연출하며 깔깔거린다.
끝날 줄 모르는 수다에 결국 맛난 비빔 메밀국수 까지 저녁으로 먹고 러시아워 핑계 삼아 또 근처 친구 아들이 운영하는 정말 커피가 맛있는 근사한 카페에서 큐브 라떼, 스톤 라떼등 촌티를 확 벗게 만드는 맛난 커피 까지 마시고서야 그래도 못내 아쉬워하며 헤어진다.
새로 산 옷까지도 바겐세일 하여 넘기는 워낙 멋쟁이 친구의 넉넉한 인심으로 한 보따리 사랑의 선물과 또다른 친구의 정성스레 만들어준 딸기쨈을 선물로 안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 떼어놓고 오고 싶은 나이가 낼름 먼저 올라탄다. 비어 있는 경로석에 느긋이 앉아 나이를 잊었던 행복한 하루에 감사한다.
사랑한다 친구들아.
아직 남은 동행 늘 오늘 같은 내일을 살자.
모두 서로를 위해 건강하자.
이렇게 멋지게 익어가는 넉넉함이 행복하다.
시니어 반란으로 몸과 마음이 젊어졌던 하루!
오늘도 감사함으로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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