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미
사랑하는 이여!
어젯밤 멀리 자장가처럼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당신의 푸근한 품속에서 단잠을 이뤘다오.
달빛이 스며드는 창가에서 별을 세며 당신과 나눈 밀어들이 보석이 되어 되어 가슴에 떨어졌다오.
아침 일찍 밝게 비취이는 햇살을 통해 당신 얼굴을 대하고 내 사랑하는 이에게 언감생심 적과의 동침 운운하며 당신 자존심을 구겼다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모자와 장갑을 챙겨 들고 나가 이슬 머금은 그대
의 얼굴에 우뚝 선 침입자들을 무찌르는 당신의 기사가 된다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구려
이제 좀 환해졌구려.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곱지만 사랑하는 그대를 위해 이깟 수고쯤이야 대수겠소?
그러고 보니 당신이 내게 준비한 선물이 그득 하구려.
적겨자채가 노란 꽃이 피는줄 처음 알았구려.
작약꽃 가슴이 저리 붉은 줄도.
살포시 고름 풀어 헤치는 모습이 사랑스럽소.
하얀 불두화 저리 무겁게 이고 고개가 아프지는 않을지?
당신 대견하요.
이팝 나무 꽃을 저리 탐스럽게 피워내다니!
세상에나 저 밭 좀 보소.
아무렇게나 한 줌 뿌려둔 열무 얼갈이를 용케도 벌레들에게서 지켜내었구려. 변함없는 당신의 사랑에 고맙소.
역시 당신의 밭은 저력이 있구려.
내 마음만 사랑이 넘쳤지 스킬이 부족하여 당신을 늘 만족시키지 못해 미안하오.
본가에 가면 한동안 잊고 살기 일쑤고 언제 약을 쳐야되는지? 가지는 언제 쳐줘야 되는지? 꽃은 언제 따줘야 하는지 ? 열매는 어떻게 솎아줘야 하는지?
도무지 맹문이니 당신한테 그저 미안할 따름이오.
그래도 엊그제 부동산에서 당신을 팔 의향이 없느냐고 묻길래 단칼에 거절했소.
당신 없이 살수 없을 만큼 어느새 당신에게 귀 먹고 눈 멀어 버렸소.
부족하지만 당신이 이해하고 참아주구려.
차츰 사랑하는 기술도 익혀보리다.
오늘은 열무김치 맛나게 담가 당신하고 쌈채소 그득 놓고 오붓하게 점심이나 먹으며 진한 사랑 나눠봅시다.
사랑하오. 내 아름다운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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