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나눔의 행복

조은미시인 2021. 5. 25. 07:11








나눔의 행복
조 은 미

고향에 산다는 건 단순히 전원 생활의 여유롭고 자연에 사는 유유자적함을 즐기는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장소도 사람도 다 특별한 추억이 있고 어디를 가나 엄마 자궁 속 같은 편안함이 있다.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은 다 외지로 출가해 가까이 있는 친구가 별반 없는데 남자 동창 중에는 더러 은퇴 후 귀촌한 친구들도 있고 토박이로 사는 친구들도 있어 어쩌다 만나면 가끔 코 흘릴 적 유년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무람없이 그 시절로 돌아가 나누는 환담이 고향살이에 적잖은 활력이 되고 의지가 된다.

동창 단톡방에 열무 물김치 올린 sns 를 보고 내가 시골 있지 싶었는지 고향집에 자주 내려오는 친구가 집에 있으면 한 번 만나자며 현지 사는 친구와 둘이 같이 놀리 오겠단다.
열무 물김치 자랑을 팥떡같이 한 터라 낌에 열무 물김치 검증도 받을 겸 손님이랄 것도 없는 친구들이라 있는 찬에 상추쌈이나 먹지 싶어 선선히 오라하고 오랜만에 반가운 해후를 한다. 엽엽하게도 사들고 온 콩국에 국수를 삶아 말고 마침 먹기좋게 익은 열무김치와 밭의 쌈채소 뚝뚝 뜯어다 당근 셀러드에 무쳐 간단히 점심 대접을 한다.
정말 맛있다고 칭찬하는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두 사람의 가감 없는 검증에 자신감이 생겨 열무 물김치 한 대접씩 퍼다가 이웃에 나누니 모두 고마워한다. 작은 나눔이지만 이것이 정이고 인심이고 사람 살아가는 재미가 아닐까?

이 친구들 밥 값 한다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춧대도 박이주고 죽은 대추나무 가지도 잘라준다고 나서는 마음 씀이 고맙다.

사랑 하고 사랑 받고 서로 진실한 마음이 오갈 때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고 살 맛 나는 것 같다.
좋은 친구들과 사랑을 나눌 좋은 이웃이 있어 늘 내 시골 살이는 푸근하고 넉넉해서 좋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이 낭만처럼 보이지만 사람에 정 못 부치면 살아내기가 어려운 것은 어디나 세상 사는 이치다.
이웃이나 동네에 넉넉히 인심을 베풀고 더불어 같은 눈높이로 살아가는 게 내가 행복하게 사는 지혜 이리라.

내친 김에 밭에 널부러진 싱싱한 야채를 뜯어 봉지봉지 꽉꽉 채운디.내일 서울 가서 가까운 이웃들과 나누면 얼마나들 좋아할까? 무공해에 내 땀과 사랑까지 곁들인 야채니 도시에서 돈 주고 사먹는 것에 비기랴!

보름이 가까우니 둥근 달이 휘영청 밝다.
둥글어진 마음도 보름달이 된다.
뜨락에 내려앉은 달빛 벗 삼아 하모니카 선율에 취해본다.
개구리 소리 마저 정겨운 고향의 밤이 깊어간다.
또 하루를 지나는 감사함이 가슴 가득 여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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