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산골의 아침은 부지런하다.
새벽 5 시만 되면 어느새 햇살이 창문을 노크한다.
늘 같은 날이지만 생명이 숨쉬는 뜨락은 날마다 새롭다.
맑은 공기가 정신을 쇄락하게 한다.
말씀은 성경에만 있는게 아니다.
하나님 주신 자연에서 더 가깝게 하나님을 느끼고 만난다.
오늘도 자연이 내게 들려주는 언어에 귀기울이며 내 식구들의 밤새 안전을 점검하고 그들의 재판관으로 선다.
될수록 공정한 잣대로 남겨야될 것 뽑아야 될 것을 가리며 생사여탈권의 무한한 권력을 손에 쥐고 하나님의 성품을 묵상하게 된다.
우선적인 기준은 내가 의도적으로 값을 주고 사다 심은 것들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적으로 간주하기로 한다.
주인공의 주변을 에워싸 기를 못펴게 하거나 남의 영역에서 제 배를 불리는 것들은 일차적인 제거 대상이다.
귀가 늦기로 정펑이 나 싹이 제일 늦게 트는 대추나무지만 오뉴월인데 제법 큰 나무가 윗가지에는 아직 기두망도 없고 죽었나 싶어 살펴보니 밑둥 쪽에서 새순이 갸냘프게 올라오고 있다.
생명의 강인함이 대견스러워 밑둥에 둘러서 제 영역인 듯 활개를 치고 있는 쑥을 모조리 뽑아낸다.
쑥도 약이 되는 소중한 식물이지만 간신히 목숨 보존하는 연약함 위에 군림하는 것은 제거해야할 갑질이다.
같은 이유라도 갑질할 베짱도 없이 낮디낮게 엎드려 크게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귀퉁이에 얌전히 자리 지키고 있는 보라색 반지 꽃 앞에서는 갈등이 커진다.
결국 손을 거두고 못 본체 돌아선다.
문제는 소나무 옆 무리지어 세를 형성하고 있는 고들삐들 이다.
소나무가 중하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양심이 있는지 옆으로 비켜나 무리지어
앙증맞은 노란 꽃을 달고 있는 성의가 가상하여 잡초로 퇴출 시키기엔 차마 못할 짓이라 그냥 꽃으로 봐주기로 한다.
오만데 가릴것 없이 나대는 쇠뜨기는 볼것도 없이 살처분 대상이다.
요녀석도 한 때는 매스콤에 만병통치 약초로 소문나 씨가 마른적이 있는 쟁쟁한 이력을 가졌지만 이래 봐주고 저래 봐주다간 결국 이것들 한테 끌려다니게 생겼기에 과감히 손 끝에 힘을 준다.
군데 군데 잘 난척 고개든 개망초도 어수선해 눈길도 안주고 망설임 없이 뽑아재낀다.
그러나 뒤뜰 구석에 무리지어 자리를 사수하고 있는 개망초에는 그만 손을 든다.
누구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제 영역에서 꿈을 키워가는 녀석들.
오래지 않아 하얀 계란 꽃을 예쁘게 피워낼 정경이 그려져 오히려 응윈하게 된다.
군데 군데 이방인 처럼 멀데같이 서서 정신을 산란하게 만드는 냉이들을 뽑아내고 선심 좋게 잔디밭 한 자락 뚝 떼 개망초 밭으로 독립시켜준다.
그런가 하면 위풍당당하게 자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오만할 정도로 주관이 뚜렷하게 어떤 세파에도 거침없이 제 몸에 가시 세워 스스로 방어하며 홀로선 엉겅퀴도 감히 뽑을 엄두가 안나 오히려 내가 기가 죽는다.
뜨락 한 바퀴 도는 일로 내 아침 일과를 끝낸다.
뭐든 공짜는 없다. 이만큼이라도 가꾸고 살려면 손에는 상처가 가실 날이 없고 어깨도 편할 날이 없다.
아픈 허리를 펴며 일어선다.
그래도 소소한 소일거리를 주며 심심찮게 하는 이녀석들 때문에 내 일상이 늘 풍요롭다.
아침 뜨락에서 인생을 배우며 또 감사한 하루를 연다.
오늘 들려준 이 아이들의 말을 가슴에 새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인생이 되지 말자.
중불나게 아무데나 나서지 말고 어디서나 모난 돌이 되지말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용기를 내야할 때는 주눅들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베찡도 있어야 한다.
뜻을 이루고자 할때는 힘을 모이야 산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 그 언저리 (0) | 2021.05.26 |
---|---|
나눔의 행복 (0) | 2021.05.25 |
열무김치 시집 보내는 날 (0) | 2021.05.23 |
아침의 세레나데 (0) | 2021.05.23 |
세컨 하우스 (0) | 2021.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