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팔자대로 살겠지 싶은 마음에 제멋대로 뿌려놓은 열무와 얼가리가 그야말로 팔자 대로 싹이 트더니 약 한 번 안쳤는데도 벌레들의 손아귀에서 용케 벗어나 벌써 솎아내기도 때 늦을 만큼 자랐다.
한 이랑 몽땅 뽑으니 큰 고무 다라이로 하나 가득 넘친다.
오늘은 이 녀석들 시집 보낼 매파 노릇으로 하루 종일 분주하다.
일단 깨끗이 뿌리를 잘라내고 다듬어
목욕 재계 부터 시킨다.
팔팔한 성질 머리 부터 죽여야 시집살이 견뎌낼 터 천일염을 켜켜이 뿌려 1 시간 가량 절인다.
김치 담아본 지도 하 오래라 유투브 검색을 하며 조금이라도 맛나게 담아보려 여기저기 귀동냥을 하며 집에 있는 좋다는 재료는 다 꺼내 놓는다.
그런데 유투브 강사 여섯에 다섯은 열무는 아이 다루듯 그저 살랑살랑 조심조심 다루며 씻으라 하는데 제법 독자 수가 많아 꾀 이름이 익은 스님 한 분은 절인 열무를 씻을 때 박박 으깨듯 덖으라고 하신다. 그래야 다 먹을 때까지 무르지가 않는단다.
큰 맘 먹고 안 가본 길이지만 한 번 따라 해보기로 한다.
다시마 육수를 내고 밀가루풀도 쑤어 놓고 식힌다.
양파 한 개, 배 한 개, 국물을 신선하게 한다는 노란 파프리카 한 개, 마늘 적당량, 생강 약간, 밥 한 술 , 무우 약간, 홍고추 열 개 남짓 넣고 같이 믹서에 갈아 생수에 풀고 까나리 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매실 액기스를 반 컵 정도 넣고 쪽파와 양파도 고명으로 썰어 넣고 양념 반은 고추가루 넉넉히 넣고 버무려 열무 김치로 담고 반은 국물을 부어 물김치로 담는다.
국물도 간이 맞아 입에 짝 붙고 버무린 열무 김치도 귀동냥으로 해본 솜씨 치고
정말 연하고 맛있다.
두 통에 나눠 가마 태워 시집 보내는 마음이 흐믓하다.
중매 잘 하면 술이 석 잔 이라는데 정성들여 시집 보냈으니 모쪼록 잘 숙성 하여 보람된 시집살이로 입맛을 즐겁게 하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