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지난 2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 덕수궁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회를 거의 마감을 앞두고서 막역한 문우들과 함께 찾는다.
언제부터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놓치기 아까운 전시회를 채근하여 같이 보러 갈 수 있는 문우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예약을 안 하면 못 보는 전시회지만 무턱대고 현장에서 대기표를 받고 한 시간 여 기다라니 다행히 들어갈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덕수궁의 정취에 젖으며 여유로운 가슴이 되어 문단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꽃피우며 같은 길을 가는 벗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와 서정의 울타리에 머문다.
서로 있음에 고맙고 더욱 든든한 끈으로 묶이는 연대를 느낀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의 암흑시대를 지나며 당시 예술가들이 겪었던 그 격랑의 시기 속에 서로 아름다운 관계로 만났던 문인들과 화가들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조명하며 서로의 예술에 서로를 녹이며 특별한 유대관계를 이루며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던 예술가들의 따뜻함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였다.
전위와 융합이라는 주제의 제1전시실에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삐딱하게 모자를 쓴 이상을 그린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이” 눈에 들어온다. 1933년 이상이 연 제비 다방에서는 많은 예술인이 무람없이 드나들며 그들의 예술을 논하고 교제를 나누었다. 특별히 구본웅과는 더 친밀한 관계에 있있던 듯 그의 다방 벽에는 우울한 이상의 자화상을 비롯하여 구본웅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한다.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현대 서양의 온갖 문화적 충격에 직면하여 자신들을 전위의 최 전방에 위치시켜 반응했던 이상, 박태원, 김기림 등 문인들과 구본웅, 황술조, 길진섭, 김환기, 유영국, 김병기 등의 화가들이 소개된다.
제2전시실에는 지상의 미술관이란 주제로 1920~1940년대를 중심으로 한 인쇄물들을 보여 준다.
민간 신문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당대 인기를 누렸던 신문 삽화가들과 작가들이 만나 이루어낸 작품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근대의 아름다운 책들도 엄선되어 전시되어 있다. 백석의 , 김소월의 , 서정주의 , 윤동주의 같은 원본 서적들도 전시되어 있다.
제3전시실에는 2인 행각이라는 주제로 문인들과 화가들의 개별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정지용과 화가 장발, 백석과 장현웅, 이여성과 김기림, 이태준과 김용준, 시인 김광균, 김민형, 오장환, 이중섭, 구상, 이쾌대, 진환, 서정주, 김환기, 이봉구, 조병화등 시인과 화가들의 얽히고설킨 교우 관계를 통해 그들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던 문학적 토양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지막 제4전시실에는 화가이면서 문인이었던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그림뿐 아니라 글에도 능했던 천경자와 김환기 화백이 김광섭에게 보냈던 편지를 볼 수있다. 한 분야에서 대성하기도 어려운데 어찌 그리 특별한 천부적인 재능을 부여 받았을까? 놀랍고 그 감성이 부럽기까지 하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같은 문화공간에서 서로 영혼의 교류를 통한 우정을 작품 속에 녹여낸 선배 문인들의 행적을 눈으로 실감하며 감동을 한다. 지금까지 스쳐지나첬던 많은 작가들의 삶에 좀 더 인간적인 시각으로 공감하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귀한 자료들을 눈으로 확인하며 얻을 것이 많은 유익한 전시회였다. 지금 내 주변의 인간적인 교우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맘 통하는 문우들과 함께한 문화 산책에 행복했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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