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달린 가슴
조 은 미
현관 앞에서 서성이는 기다림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반가운지
택배 기사가 떨구고 간 가슴이
와락 들어와 안긴다
몸도 성찮은 친구가 보낸 단호박
친구의 가슴을 안고 먹먹해진다
온갖 고통 중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해를 안고 사는 그녀
그녀를 닮아
해처럼 잘 익은 노란 단호박 속살 저며
뜨거운 김에 한소끔 쩌낸다
달달하고 고소한 밤 맛이 난다
입속에 사랑을 씹으며
나도 노랗게 물들어 간다
그래 해처럼 세상을 따사롭게 비추며
발 달린 가슴으로 살아가야지
*시작 노트
코로나 위기로 우울하고 황량하고 살아내기 힘든 때 서로의 따뜻함이 되어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위로가 되고 고마운 일인지! 연일 밥 같이 먹자고 불러주는 친구 덕에 행복을 누린다. 현관 앞에 자기 몸도 가누기 힘들 만큼 많이 아픈 친구가 보낸 단호박 택배가 기다린다.
코끝이 찡해진다.
감사를 전하는 인사에 밝은 목소리로 응답하는 그녀의 웃음이 햇살처럼 따사롭게 가슴에 번진다.
늘 천사들로 울타리 쳐주시는 그 분께 감사가 넘친다. 주변의 필요에 응답하며 손과 발이 따라가는 가슴으로 살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