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오늘은 건대 병원 유방암 조직 검사 결과 보러 서울 가는 날이다.
집안을 다독 거리며 서둘러 정리를 한다.
곧 먹게 탐스럽게 자란 상추를 좀 뜯어 올 요량으로 급한 마음에 장화도 신지 않고 입던 채로 텃밭에 들어선다.
참말로 눈에 보일까 말까한 작은 씨를 뿌려 놓기만 했는데도 절로 싹이 터 자라고 무농약으로 방치했는데도 벌레 하나 안 먹고 싱싱하게 자라는 걸 보면 하나님 은혜를 실감하며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씨를 뿌리는 것은 나 이지만 기르시는 분은 온전히 그분의 주권임을 믿는다
평화롭던 텃밭에 침입자를 감지 했는지 어디서 기어오르는지 팔뚝이고 다리고 온 몸을 공격 해대는 물 것들로 금방 사방이 툭툭 불거지며 가려워 진다. 미물이라도 자기 영역 방어에 그리 임전 태세가 준비 되어 긴장하며 사는데 우리는 적과의 대치 상황에도 주적 개념이 없어져 그저 사람 좋은 미소로 딸 뻘이나 되는 한참 어린 것 한테 삶은 소대가리 소리를 들어도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탱크 방어벽도 허물고 지뢰도 친절하게 제거 해주고 일선의 감시 초소도 다 철수하는 너그러운 아량에다 한 때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우리는 마스크를 줄 서서 살 때도 인도적 입장에서 북한에 마스크를 대량으로 지원해 주고 우리는 백신이 모자라 쩔쩔매도 북한에 백신을 지원해 줄 뜻을 밝히고 우리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쏴도 말 한 미디 안 하는 통 큰 인심의 온유하고 대범한 우리 대통령을 보면 참 나기는 난 인물인가 싶어 참아내는 속이 부글거리는건 나 뿐만은 아니리라. 대부분 말 안 하고 참아내는 우리 국민의 속은 이미 곯을 대로 곯아 냄새가 날 지경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얼마전 민노총 수천 명이 모이는 집회는 코로나가 범접을 안 하는지 단속 한 번 제대로 안 하더니 이번 8.15 우파 집회 때는 마스크 쓰고 하는 1인 시위도 살벌하게 막아 무산되는 걸 보면 참 신기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같은 뒷 방 늙은이야 그렇다손 치고 젊은 친구들 자네들 눈에는 이런게 상식으로 보이는 건지 거품 물고 나서서 나라가 출렁거리지 않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들만 사는 살기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마음 편히 살려면 토끼처럼 간도 빼놓고 쓸개도 빼놓고, 뇌는 돌로 꽉꽉 채우고 심장은 검은 천으로 덮어 가려놓고 그저 하라는대로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서 살아야 되리라.
8월부터는 전세 보증금 보증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대인은 한 채당 2천만원 벌금에 2년 징역이라는 무거운 실형을 살게 된단다.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 가는 요령부득의 그 법 때문에 우리 같은 노인들은 떼로 벌금 물고 감옥 가게 생겼다.
그러고도 살아낼 재간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오래된 집 한 채 부셔 노후에 윌세나 받아 생활비 보태겠다고 다세대 주택 지은 사람들 그나마 자금이 없어 일단 전세로 몽땅 지어 실상은 house poor 인 대부분의 집 주인들은 임차인 권리 보호를 위해 당연히 임차인이 부담해야하는 보증 보험까지 떠맡는 어처구니 없는 법에도 그저 순한 양이 되어 입술이 타고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데 한 군데가 없다.
그래도 오늘 병원에서 암이 아니라는 의사 소견 한 마디에 가슴에 해가 쨍하고 비치는 날이다.
그 벌레 구덩이에서도 내 상추를 지켜주신 하나님 !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실 그 분을 신뢰하며 오늘도 무사하게 지난 하루를 감사한다.날마다 기도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에 있을까? 모쪼록 지금만큼만이라도 무해무탈한 소시민의 삶을 누리는 작은 행복은 우리 것으로 남아 있길 기도하며 날마다 감사의 날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자작 수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카소 탄생 140주년 전시회를 다녀와서 (0) | 2021.08.26 |
---|---|
냉털 가지 피자 대박 (0) | 2021.08.25 |
불면을 다스리며 (0) | 2021.08.23 |
외로움도 달달한 자유가 되는 아침 (0) | 2021.08.21 |
이 또한 지나가리 (0) | 2021.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