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냉털 가지 피자 대박

조은미시인 2021. 8. 25. 08:37

냉털 가지 피자 대박
조 은 미

오늘 아침엔 딱히 밥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간단히 요기나 할 요량으로 냉장고를 열어본다.
조금 조금 남은 아채들이 굴러다닌다.
곧 처치 안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생긴 것들을 다 끄집어내 소환 한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냉장고 털이 레시피가 빠르게 뇌속을 회전하며 손이 움직인다.
몇십 년 솥뚜껑 운전수 감이 이런 땐 참 유용하게 작동한다.

가지 납작 납작하게 썰고 두부도 작게 큐브로 썰고 당근 호박은 채치고 방울 토마토 깻잎 상추 자투리까지 알뜰히 썰고 홍고추 청양 고추까지 가세한다.
아보카도 남은 것도 거들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지, 호박, 당근 ,두부부터 먼저 넣고 기름에 볶다가 나머지 야채 넣고 소금 후추 간한 후 계란 3개 깨뜨려 올리고 치즈 가루까지 뿌리니 그럴 듯한 피자 한 판이 왼성된다. 줄깃줄깃 늘어지는 피자 치즈도 올렸으면 더 제격이련만 아무리 뒤져도 없으니 아쉬움을 접는다.

근사하게 구워진 가지 피자 한 판 앞에 놓고 맛이 궁금하여 한 입 베어무니 세상에
생각지도 못한 오묘한 맛의 조화에 동공이 절로 열리고 혀가 침 속을 수영을 한다.

저 어느 동네 버스 운전기사는 버스 출발하니 빨리 올라타라고 재촉하더니 좋은 승객 다 모아 놓고 그것 비비는 것 하나 제대로 못 해 집 구석을 난리 판으로 만들고 버스 운전대가 뽑혔느니 누가 낙서를 해댔느니 오만 구실로 버스가 출발도 못하게 생겼으니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국민들만 속이 탄다.

젊다고 새 것 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닌데 가끔은 버리게 생긴 온갖 재료들일지라도 잘 섞어 근사한 피지 한판 만들어내는 노장의 지혜도 필요할텐데 어느새 꼰대로 몰려 발붙일 자리 조차 없으니 그저 하는양 바라보고 쓴 웃음만 지을 밖에

오늘 아침도 가치 없는 것들을 들어 상상치도 못 한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지혜를 주신 그분께 감사가 넘친다.
모든 것을 합하여 선을 이루시는 변함없는 그 분의 사랑이 온 세상을 덮기를 기도하며 희망찬 하루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