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이 또한 지나가리

조은미시인 2021. 8. 21. 07:34

이 또한 지나가리
조 은 미

타는 듯한 따가운 햇살의 구애에 
손바닥만한 텃밭의 끝물 토마토와 가지가 아직 열매를 달고 제 빛으로 익어가고 따먹다 놓친 고추도  수줍은 듯 뒤늦게  붉게  물든 얼굴을 잎새에 숨기고  가을 빛을 재촉하고 있다.
작년까지  한 알도 열리지 않던 대추가 올해는 제법  실하게 굵어가고 사과도 나날이 초록 가슴에  햇살을  채우고 있다.

늦은 저녁을 물리고  뜨락에 내려선다
보름이 가까운지 만월을 향해 치닫는 보름달을 구름이 막아선다.
달빛은 주눅든  얼굴을 구름 속에  감추고 외로운 별 하나 홀로 빈 하늘을 지키고 있다. 적막한 밤을 채우는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 소리에 까닭 모를 그리움이 아리아리 가슴을 헤집고 서늘한 바람은 살며시 옷깃을 더듬는다.
가을이  여름의 꼬리를 물고 성큼성큼 닥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9시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아프카니스탄 난민들의 곳곳에 넘쳐나는 참혹한 탈출 러쉬 소식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아  심란하다.

텔레반에 의해 교회는 폐쇄되고 지나는 행인들을 불심검문 하여 기독교도들을 그 자리에서 색출하여 죽이는  살육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다 한다. 얼미나 많은 피의 숙청이  있어야  이 상황이 멈추게 될까? 그 공포스러움에 가슴이 서늘 해진다.  속속 아프카니스탄을 위한 중보기도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우리 교회도 오늘 부터 아프카니스탄을 위한 40 일 기도가 시작되었다.

달이 떴는데도  구름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이 천지를 덮듯  점점 골이 깊어가는 이념의 대결이 분열과  혼란의  극을 향해 치닫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이러다 나라가 절단 나는 것 아닌가 막연한 불안감이 휩쓴다.
나라가 바로 서야 개인의 안녕과 발전도 도모할 수 있으련만!

어서 구름이  걷히고 밝은 달을 볼 수 있기를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이 가을이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이 되기를! 막연한 불안이 기우가  되어 희망의 새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구름 속에  희미하게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 구름이 갇히겠지. 오늘 밤은 쉬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간절히 두손을 모은다.
이 또한 지나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