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새벽 일찍 눈을 뜬다.
흙 먼지가 풀풀 일만큼 타들어 가는 텃밭에 물을 줄 요량으로 현관문을 연다.
세상에나!
문 콕 닫고 있으니 언제 오셨는지 모르게 가만 가만 내리는 보슬비의 애무에
사랑스럽게 눈을 깜박이며 교태가 늘어진
정원의 나무들이 잔잔한 바람의 손길에 살랑대기 까지 한다.
물기를 머금은 잔디밭도 한결 풀어진 눈매가 부드럽다.
비 덕분에 한 품이 줄어든 여유에 감사하며 아침상을 제대로 차려 나를 손님으로 모시고 대접하기로 작정한다.
소 불고기 후라이팬에 자글자글 볶아놓고 청양 고추 몇개 다져 넣고 들깨 가루 넣어 들기름에 고소하게 볶아낸 고구마순, 간장과 멸치 액젓으로 간을 하고 다시마 잘라 넣고 설탕 조금 넣어 달달 볶아낸 콩나물, 새콤 달콤하게 무친 수박 껍질 나물을 정갈하게 접시에 담고 이태리안 소스에 무친 파채와 금방 뜯어 싱그러움이 뚝뚝 돋는 상추와 깻잎에 빨간 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쌈과 시원한 북어 뭇국 까지 갖추고 한 상 차리니 진수 성찬이 따로 없다.
깻잎과 상추에 불고기와 파채, 나물까지 한데 올려 한 쌈 입이 터지게 밀어넣고 씹으니 깻잎의 고소함이 입안으로 향긋하게 퍼지고 나물들이 어울어진 환상적인 맛의 조화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건강해 줘서 고맙고 매사 긍정적이고 감사가 넘치는 삶 살아가는 내가 고마워 나를 대접하며 격려하는 아침.
평화가 상석에 자리잡고 행복이 들러리 서며 미소를 띤다.
수고 많았어. 지금까지 너무 잘 살아왔어.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감사하며 남은 날도 살아가자. 다독다독 나를 쓰다듬어 준다.
보슬비가 내 마음까지 어루만지며 지나간 자리에 촉촉함이 살아난 가슴이 따뜻해온다. 정감 넘치는 지인들의 안부 카톡을 읽으며 외로움도 날개를 달고 달달한 자유가 된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로 따뜻하게 울타리쳐 주심에 감사가 넘친다.
받은 만큼 흘려보내는 기쁨!
그래 오늘은 가까이 사는 초등학교 동창
두엇 불러 따끈한 점심밥 한 끼 함께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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