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조은미시인 2012. 11. 21. 12:43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조은미

 

랜만에 자전거 타러 중량천변에 나갔다.

며칠 못 봤다고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와 서 있다.

들꽃도 시들고 내 키보다 더 큰 갈대만 온통 하얗게 센 머리털을 이고

빈들을 지키고 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한줄기 햇살이 등짝을 따사롭게 감싸고 상큼한 약간은

찬바람이 코끝을 상쾌하게 한다.

무리지어 먹이 찾아 나는 철새 떼들!

천변에 내려앉았다 바람 소리에 놀랐는지 군무를 이루며 후드득 난다.

 

고즈넉한 우수가 감도는 들판! 날씨가 좀 차서 자전거 타는 사람도

드문드문 한적하다

한가득 바람을 등에 지고 달리는 상쾌함!

~~~!!! 이렇게 행복 할 수가

온통 들판이 내 차지다.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계절은 어김없이 때가 되면 바뀌고 자연은 계절 따라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으로 곤한 영혼 고이 품어주고 푸근한 엄마 품처럼

평온과 안식을 준다.

자연은 우리의 삶의 터전이고 생명의 뿌리이다.

 

월릉교 가까이 천변에서 기계소리가 요란하게 고요를 깬다.

인부들이 누렇게 시든 풀밭을 정리해주고 있었다.

내가 보는 이 아름다움들이 저절로 가꾸어지는 것인 줄 알았더니 눈에

보이지 않는 저분들의 손길과 정성이 자연을 더 아름답고 윤기 있게 가꾸어 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길들의 수고에 대한 감사를 잊고 있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가치를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크고 소중한 것들에

얼마나 눈을 감고 살아가고 있는지?

온통 사회가 눈에 보이는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서로 물고 뜯고 상처주고

남을 밟고서라도 자신이 더 높이 올라서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눈만 돌리고 돌아보면 인간 아닌 짐승들로 우굴거린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나쁜 사람! 사기 쳐서 남의 것을 뺏는 사람!

양의 가죽을 쓰고 뒤에서 뒤통수치는 사람! 어린아이들 데려다 성폭행 하는 천인공노 할 사람!

국민의 심부름하라고 뽑아 놨더니 제 욕심으로 뱃속 채우는 사람!

 돌아 보면 수도 없이 일그러진 영혼들이 널려 있다.

남에게 선의로 베푸는 친절도 의심스러운 불신의 시대!

마주치는 낯선 사람이 무섭고 두려운 불안 한 시대!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어 점점 외로워지고 왜소해져 인간인 것이 초라한 시대!

심지어는 사랑 까지도 돈으로 저울질 되는 불행한 세대에 우리의 영혼은 더 곤고하고 편히 쉴 곳이 없다.

 

모든 존재의 목적이 돈으로만 계산되어지고 돈이 최고의 가치로 우리를

옭아맨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욕망! 이 욕망이 결국 죄를 잉태하고

죄는 우리를 사망의 골짜기로 밀어 넣을 것이다.

 

인간을 창조의 모습대로 회복시킬 힘이 어디에 있을까?

에덴동산의 천국을 회복할 소망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주여 당신만이 자연과의 부조화에서 하나님과의 단절된 아픔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불신과 깨어진 관계에서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갈대꽃 하얗게 핀 가을 끝자락에서 자전거 타고 달리면서 가빠졌던 숨을 고르며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창조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본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창조 하실 때 그분의 형상대로 창조 하시고 복을 주시며

 땅에 가득하고 땅을 정복하라.바다의 물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위에 기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권위를 주셨는데 우리는 자연 앞에 주인이 되기에 너무도 비참하고 비굴한 모습으로 변해 버린 것 같다.

 당신의 형상을 닮아 소중하고 귀하게 창조하셨는데 아무 곳에도 그 분의 형상을 찾을 수 없는

우리의 영혼은 갈증으로 목말라 한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당신의 위대한 창조의 순리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더 할 수 없는 없는

 감동과 아름다움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자연이 주는 소리를 통해 당신의 피조물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당신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주여! 보이지 않는 곳에 마음이 머물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옆에 있는 이웃들도 당신의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고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사랑하면서

당신이 원하시는 아름다운 낙원을 이루며 한 마음으로 하나 되어 살아가게 하소서.

 

영광 받기에 합당하신 주님! 당신 형상을 회복시키시고 당신이 주신 축복대로 당당함으로 서서

주인 된 자존감을 회복하며 진정한 이 땅을 다스리는 부끄럽지 않은 인격으로 서게 하시고

당신의 기쁨이 되어 살게 하소서.

당신께 찬양과 영광과 경배 드리는 삶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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