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5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정을 나눠오는 대학 동기들!
한 달에 한 번씩은 어김없이 만났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얼굴 본지도 까마득하다.
그리움이 목에 차오르는 날 떡국이나 같이 끓여 먹을 요량으로 오랜만에 집으로 불러모은다.
손님 온다고 집안을 닥작거리고 치울 부담도 없고 별스레 음식을 따로 장만하며 번잡떨만큼 어려운 사이도 아니니 그저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아침 부터 재게 움직여 냉장고에 있는 재료 꺼내 주물거려본다.
내 좋은 벗들을 위해 먹을 걸 준비하는 건 어찌 이리 즐거운지!
아무 때고 있는 그대로 마음 편하게 집으로 부를 친구가 있다는 건 참으로 삶을 따사롭고 촉촉하게 한다.
사골 국물이 아니어도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우린 국물에 칼칼하게 청양고추 두어개 썰어넣고 사과껍질 같이 넣어 끓인 후 집간장으로 삼삼하게 간을 맞춰 만두나 몇 개 곁들여 떡국을 끓이면 요술처럼 떡국이 감칠 맛이 돌며 입에 붙는다. 거기다 계란 지단이나 부쳐 골패 모양으로 썰고 고기 볶은 고명에 구운 김 가늘게 채쳐 얹고 후추나 약간 뿌리면 그야말로 보기에도 침 넘어 가는 근사한 떡국이 완성된다. 어느 유투브에서 떡국 끓이는 비결로 사과껍질을 넣고 끓이는 걸 팁으로 얻어들은 후 사과껍질과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낸 떡국에 누구나 만족하고 맛나게 먹으니 비법은 비법인 모양이다.
먹고 남으면 싸서 들려보내려 잡채 한 양푼 푸짐히 무치고 요플레 소스에 과일 셀러드 , 더덕구이, 북어보플 무침에 물김치, 배추김치 한 상 차려놓으니 손님상이 그럴듯 하다.
언제 만나도 다정한 벗들!
얼마나 맛나게들 먹는지!
잠깐 수고로 이리 여러 사람이 행복해 하니 몸 아낄 일도 아닌 듯 하다.
오랜만에 수다가 늘어지고 모처럼 숨통이 트이는 하루를 보낸다.
너무 오래 소중한 일상을 잃어버리고 산다.
각박한 현실이지만 마음의 창을 열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가면서 살자.
서로 있음에 고맙고 감사하다.
사랑하는 벗들이여!
모두 건강하게 하나님 부르시는 그날 까지 따스함을 나누고 그리 보듬고 살자.
이만한 건강 주시고 일용할 양식 걱정 없고 좋은 사람으로 울타리 쳐주시니 노년에 이보다 더한 복이 또 있으랴!
오늘도 동그라미 표 하나 더하며 늘 족하게 하시는 그분께 감사의 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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