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단상

명절을 지내며

조은미시인 2022. 2. 2. 23:27

명절을 지내며
조 은 미

나이 탓인지 꿈지럭 거리는 것도 꾀가 나고 코로나 핑계로 명절 당일 점심이나 한 끼 같이 먹자고 아이들 한데 음식 한 가지씩 해오라 이른 터라 딱히 명절 전날 할 일이 없어 너무 한가해 어쩐지 세상 주부들이 다 바쁜데 나만 혼자 호사 떠는 것 같아 좀은 면구스럽고 이래도 되나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체면 면피 용으로 더덕 구이, 시금치 나물 , 숙주 나물, 셀러드 거리를 장에 가서 사다 놓고 명절 아침엔 일찍부터 일어나 집안 청소를 하고 부지런 떨며 밑반찬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

시댁에 먼저 다녀온 딸이 일본식 전골에 왕새우 찜을 준비하고 며느리가 마블링이 잘 되 맛깔스런 한우 로스를 구워내니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먹는 이상으로 훌륭한 메뉴에 모두 행복한 명절을 보냈다.

아이들과 외손녀한테 세배도 받고 용돈과 세뱃돈을 서로 챙겨주며
그래도 명절 분위기에 젖어본다.

차례는 간단한 추도 예배로 대신 한다.
우리 식구 외에 함께 할 식솔이 없고 내가 집안의 어른이라 전통 계승이라는 가치관과 부딪힐 일이 없이 나 혼자만 생각이 바뀌면 간단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전통을 거스르며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이리라.

조상을 기리는 전통을 지켜가되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명절의 본 의미가 퇴색 되지 않도록 가정의 현실에 맞게 좀은 유연하게 시대에 맞추어 명절 문화도 변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전통의 무게에 눌려 힘들고 의무감으로 억지로 맞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여자들만 과도하게 가사 노동에 힘든 부담스러운 명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진정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기다려지는 즐거운 명절이 되었으면 싶다.
새롭게 시작하는 새 해 첫날의 의미를 새기며 다시 자신을 돌아보고 올 한 해 건강하고 늘 감사하는 상서로운 날들로 채워 가기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