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인생의 시계가 오후 10시 쯤 가리키니 지나온 삶도 후회스럽진 않지만 노년의 하루 하루는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젊음이 좋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손 치더라도 늘 바쁘게 앞 뒤 돌아 볼 새 없이 뛰다싶이 분주하고 치열하게 전쟁 치르듯 살아온 지난 날 보다 삶을 돌아 볼 여유가 있고 마음이 넉넉한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토록 열심히 살아온 젊은 날이 있었기에 누리는 당연한 댓가이기에 지금의 편안함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여고 절친이 딸네 식구들과 곤지암 리조트를 예약해놓았다 부득이
딸네가 못 갈 형편이라 이왕 어렵게 예약해놓은 거니 대타로 우리라도 모이자고 긴급하게 번팅 연락을 해왔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모이는 친구들을 빼고 여건이 되는 또 다른 친구와 셋이 오붓한 겨울여행을 느닷없이 횡재처럼 선물로 받고 행복해한다. 스키장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에 짐을 푼다.
온통 하얀 세상에 마음도 순백의 눈밭이 된다.
우리도 눈썰매라도 타보자고 호기 있게 나선다.
65 세 이상은 입장 불가라는 매표원의 말에 어느새 사회 질서의 한 귀퉁이로 밀려 난 우리 나이를 실감하며 좀은 섭섭해지기도 했지만 엄마 친구들과의 행복한 저녁을 위해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정성스레 안주와 와인을 준비해서 보낸 친구 딸의 주밀함과 효도에 얼마나 고맙고 대견한지!
설원이 내다 보이는 거실에서 밤새워 이야기로 지새우며 웃음 꽃이 핀다. 핏빛보다 진한 빨간 포도주 잔에 낭만이 짙게 녹아든다.
내친김에 하루 더 충주 쪽으로 뛰어보자 즉석에서 합의하고 다음 날 아침 느긋하게 나선다.
네비양이 안내하는 대로 충주 활옥 동굴을 찾는다.
옛날 활옥을 캐내던 광산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아름다운 조명과 동굴 안에서 카약 보트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쳬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카약을 노저으며 동심으로 돌아가 까르륵 댄다.
저녁에 묵은 캔싱턴 리조트는 애견과 함께 할수 있는 pet을 위한 리조트였다. 견공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개가 사람처럼 대접 받는 곳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땅에 개만큼도 대접 못 받으며 살아가는 노인들도 허다하다.
자식들 키우느라 정작 자신들을 위한 노후 준비도 못 하고 자식들에게 유기 되어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딸에게서 "엄마 조심해서 잘 다니세요" 하는 걱정 어린 안부 전화를 받는다.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효도하는 자식들이 있고 아무 때고 번개 치면 함께 응답하며 희희 낙낙할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 받은 삶인지!
감사로 엔돌핀이 넘치는 웃음소리에 저만큼 오미크론도 물러나 길을 터준다.
"여보 !
친구들이 당신 처럼 멋진 남편이 어디 있느냐고 고맙다네. 나 하루 더 자고 갈께요."
"허허허 그러구려" 선선히 대답하는 친구 남편의 웃음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린다.
그래 여우처럼 지혜롭게 남편도 다독이고 이제는 건강에 유의하며 나를 위한 삶을 살자. 그동안 충분히 엄마로 아내로 헌신 했으니.
이 나이에 허락 받을 남편도 없는 자유인이어서 우리가 더 행복하지 않느냐며 싱글인 또 다른 친구와 박장대소 한다.
달콤한 향이 가슴을 타고 내리는 노란빛 백포도주 잔을 부딪히며 세 할매들의 겨울 여행 마지막 날 밤이 깊어간다. 이렇게 좋을 수가!
서로 있음에 고맙고 감사하다.
오래 오래 건강하자. 사랑한다 친구야!
오늘이, 지금이 내 생애 제일 젊은 날이다.
브라보, 우리의 아름다운 젊음을 위하여!
얼쑤, 아름다운 노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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