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은 미
한참 비워놓았던 시골 집에 구정 전 성묘 다녀오는 길에 잠깐 들렸더니 아뿔사 수도가 얼었는지 물이 안나왔다.
오래 머물 형편도 못 되고 명절 밑에 다 휴무니 누구를 불러댈 형편도 아니라 명절 지난 뒤 처리하기로 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돌아나오며 더 곤란한 큰 일로 번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보일러 동파로 이어져 큰 낭패를 당한 경우를 가까운 친구에게서도 들은 터라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으나 어쩔 도리가 없어 무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고
오늘 서둘러 시골 집을 찾았다.
차창가로 따라오는 햇살이 얼마나 따뜻한지!
잔설이 남아있는 도로가 아직 겨울임엔 분명한데 곳곳에 봄이 곧 터져나올 듯 따사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허기사 내일이 벌써 입춘이니 이제 동장군의 기세도 끈 떨어진 갓 신세가 되긴 했다.
빈 뜨락이 반갑게 안긴다.
채 눈인사 나누기가 무섭게 들어가 씽크대 수도 꼭지를 틀어 보니 이게 왠일 ?
쏴하고 물소리가 내닫는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나보다 먼저 봄님 이라도 다녀가셨는가?
용케 어려움을 피하게 해주시는 은혜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항상 감사하며 살면 늘 밝은 기운이 나를 감싸고 좋은 흐름이 되어 작용하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어떤 환경에서나 그럼에도 감사하면 늘 그러므로 감사하게 되는 축복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모쪼록 긍정 마인드로 사물을 보고 늘 감사와 밝은 에너지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활기가 전염되는 통로로 살아가자. 오늘도 충만하고 만족한 하루에 감사를 더한다.
올 한 해 얼었던 물이 녹듯 나와 내 주변 아는 모든 분들의 막혔던 응어리가 풀려 콸콸 물길이 열리는 축복이 있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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